인력과 예산을 때려부어서 인해전술로 해결을 하던가 돈으로 발라 자동화와 기계화 떡칠을 하던가 한다면 사실 오봉같은 아오지 대접받는 근무지 문제는 해결이 될 수 있습니다. 2인1조가 어렵다면 3인1조, 4인1조를 돌려버리던가, 왕년에 조차장 고도화 기술로 나오던 리니어 방식 화차이송장치라던가 차륜식의 화차이동기 같은걸 쓴다거나, 근래 시험중인 무선제어 입환기관차를 쓴다거나 등등 돈으로 발라버리는 해결책이 나름의 문제는 있을지언정 어느정도 현실범위에 있는게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니, 맨날 정부가 선진화니 민영화니 방만경영 해소니 하면서 두들겨패던 손익이 터져나갈테니, 결과적으로 사람을 갈아넣어 돈을 버는 ROI높은 방향으로 굴러나는거라 할겁니다.
물론 인력의 문제는 단순히 인해전술로 해결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기는 합니다. 3인조나 4인조로 인력을 늘리고, 입환조를 늘려서 대응하게 되면 직장의 인원수가 크게 늘어나 인사와 노무관리에서 어려움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귀결이 되고, 또 이렇게 늘어난 인원이 모두 에이스들이면 좋겠지만 이건 아오지 탄광이 아니라 당 중앙 직속의 꿀부서라고 해도 잘 안되는 일이니, 트러블메이커도 같이 따라서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야드에 사람이 늘면 사고율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귀결이 될 수 밖에 없고, 이걸 막기 위해서 또 더 인공수가 들어가야 하는 이래저래 골아픈 그림으로 가게 될 가망이 높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인공수가 모자란걸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땜질하는 체제가 되다가는, 어느 순간에 크게 부러지는 결과가 나오게 될 수 밖에 없으니, 그 균형감각이 많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할겁니다.
언론 한켠에서 숙련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얼핏 나오고, 이게 다 4조2교대 때문이다 드립을 치는 모양인데... 3조2교대 체제는 주당 42~44시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가져서 이미 2000년대 주 40일 근무제도 도입 이래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굴러가는 체제였고, 여기에 행정해석 변경과 입법조치로 초과근로 포함 주 52시간 초과금지가 된 상황에서는 주 당 단 하루의 휴일근로가 들어가는 순간 법률준수가 위태로워지는 이미 한계가 존재하던 제도였습니다. 이런 전환기에 일시적으로 숙련인원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겁니다.
숙련공이 일을 잘 해서 혼자서 역 하나를 다 먹여살리는 생산성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평생 시켜서 최대의 효율을 최대의 안전도로 해치우면 좋겠지만, 슈퍼맨에게도 언젠가 운명의 순간, 어디서 크립토나이트가 날아와 박히든 아니면 곱게 나이가 들어 은퇴의 시기가 오든, 아니면 일하다 제행무상을 깨달아 일을 그만두게 되건 그 순간은 오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이때 이 사람의 숙련을 어떻게 승계할 것인가 제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날로 사업은 올 스톱이 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사람이 아닌 사람들, 시스템으로 일을 하도록 만들고 숙련을 계승하여 순환시키는 겁니다. 그렇기에 4조2교대를 하건 말건, 비효율이 어느정 도생기더라도 언제나 신병들이 일정수 밀려들어가도록 돌아가는 건 피할 길이 없는 거고 말입니다.
예산측면으로 보자면 오봉역의 안전 문제는 업무의 집약화가 엄청나게 들어가는 한편으로, 시설 수준은 80년대 초에 건설된 이래로 크게 바뀌는 것 없이 양적으로 확장을 반복한 결과에 가깝다 보면 될겁니다. 적은,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시설확보를 하려다 보니, 안그래도 땅값 살벌한 수도권이기도 하니 마음대로 토지를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도 한 판이어서, 중국이나 미국에서 보이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쭉 뻗은 선로를 제대로 설치할 수가 없었고, 그 결과 곡선이 많고 작업선로를 촘촘하게 때려박는, 그런 위태로운 역 구내를 만들게 되었다 보면 될겁니다. 특히나 오봉역, 예전 의왕화물기지가 처음 설립되던 당시부터 쓰이던 양회물류기지 부분은 80년대의 설계에서 크게 바뀐 것 없이 다른 시멘트취급역이라면 1개나 2개 정도 세우는 사일로만 7개가 여기저기 들어서 있고, 작업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유효장을 억지로 잡아늘려놓는 그런 구조가 되어 있다 할겁니다. 이걸 개축하고 자시고 하는 건 이미 상정외의 투자규모가 따라올 수 밖에 없을 뿐더러, 이번에 작업중지 약 2주 이상이 걸리니 수도권 건설현장에 시멘트 품귀가 터지는 등 손대기도 어려워진 상황인거고.
여기에 다른 시멘트 취급역과 다르게 입환기 하나가 모든 작업선의 화차를 취급하다시피하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예전의 시멘트 사일로가 있는 역에는 대개 시멘트회사 소속의 전용 작업기관차가 배치되어 있는게 보통이었고, 작업선 내부의 화차 이동은 이 차가 작업을 하는게 보통인데, 오봉은 아마도 그런 운용이 없는 걸로 보입니다. 즉, 업무량이 많이 집약되는 그런 구도일 수 밖에 없던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여기에 과거의 느슨하기 그지 없는 작업장 안전 기준으로 설계되어서 통로나 조명, 안전지원설비가 그리 충분하지 못했을겁니다. 애초에 이걸 넣기가 매우 난감하도록 쥐어짠 설계였기도 할거고. 여기에 늘 적자체질이라서 방만경영™이라고 걷어차이는 회사가 하는 건 투자를 최소화하고, 경비를 후려깎으며, 사람 역시 최소한도로 굴리는데 있었을겁니다. 입환조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리스크가 올라간다는 한계도 있었을거고.
현장에서부터 안전 확보를 위한 여러 시책이 마련되어야 할거고, 부외자가 이게 적정한지 아닌지를 쉽게 알기는 어려울겁니다. 다만, 조금 거시적인 부분에서 하나정도 생각할건, 사업효율성을 지상과제로 최대한 집약화를 넣은 수도권 물류시설을 최소 2~3개 정도로 분산배치하는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시멘트의 경우는 오봉 외에 수색기지가 있고 팔당, 덕소에 소규모 시설이 분산을 하는 구도기는 하지만, 적어도 경원선 인근에 오봉의 기능을 어느정도 분산받아 갈 수 있는 물류시설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본래 광운대역이 벌크시멘트, 창동역이 유개차화물을 취급하던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개발사업때문에 모조리 킥밴되어서 사실상 사장된 상태에 있습니다. 또, 장래 수색역세권개발 사업이 현실화된다면 수색역 물류기능 역시 재배치가 필수적인지라, 현재 계획대로 간다면 오봉 일극집중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개선될 가망은 없을 상황입니다.
물론, 2010년대에 광운대의 기능이전을 이야기하면서 양주에 물류기지를 신설하네, 대륙물류를 준비한다면서 대곡이나 문산에 물류기지를 만드네 말은 많았지만 사업성이 없네 어쩌네 하면서 사업이 모두 컷이 되다시피 했었습니다. 그 와중에 성수동이나 오류동의 시멘트 취급시설이 모두 없어졌고, 덕분에 시내 레미콘 비용이 오르네 마네 말이 많은 수준까지 몰려있는 상황입니다. 수익사업이 아니니 입으로는 물류가 중요하다고 떠들면서 사업정리를 막을 만한 재정조치는 방기하다시피 한 결과고, 아마 이번 사고에서도 입으로만 펄쩍 뛰지 재정조치 따위는 알바가 아니고 기승전 방만경영™으로 일관하기는 할거라 보입니다마는... 거시적인 레벨에서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르는 일은 좀 안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외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무선제어 입환이 화두가 좀 되는 감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걸 쓰려면 구내를 무선제어기만 다니는 구내와 본선용 기관차가 출입하는 구내를 분리해야 하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최소한 작업시간대와 운전시간대를 구분하는 수도권노선이나 고속철도와 비슷하게, 무선작업 시간대와 본선열차 시간대를 분리해서 작업을 해야하는데, 이 절체나 인수인계 과정이 어찌보면 취약시간대로 동작할 가능성이 다분한지라 반드시 이게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미국에서의 경험도 치명적이거나 명확한 사고는 줄지만, mishap이라 불리는 니어미스 사례는 늘어나더라 라는 말은 있긴 했던지라. 즉, 기술이 아니라 운영체계의 문제를 같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할겁니다.
장기적으로는 화차쪽의 고도화가 어느정도 수준까지 이루어지기는 해야할거라 봅니다. 유럽에서는 지능형 화차라고 해서 연결기를 샤펜베르크 기반의 전공일체형 밀착연결기화 하고, 화차 자체의 제어도 좀 더 고도화된 전자제어와 모니터링을 끼워넣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인데, 이런 기술개발의 방향성은 위험 작업이라 할만한 제동관이나 연결기의 취급을 자동화하고, 화차의 점검이나 입환 첨승 같은 걸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일을 하는 거라 보면 될겁니다. 여기에 장대화 되면서 재래식의 제어기술로 안전도를 담보하기가 어려워지는 것도 있고, 본선에서 동력성능의 열위로 혼합운행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니 이걸 극복하기 위한 사전조치기도 할거고 말입니다. 하루아침에 이게 될리는 없기는 하고, 실용화까지 꽤 긴 시간의 투자누적이 있어야 가능하긴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유럽보다 이해관계가 단순하고 물량면에서도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니 지금부터라도 기술개발을 노려볼 만은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