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무선입환 도입이 지연되어서 막을 수 있던 사고가 났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정도는 그럴싸 해 보이는 이야기고, 입환을 담당하는 기관사의 인원감축이 예상되니 노조가 반대했을거라고 두들기는 모양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개연성은 어느정도 있을만한 이야기기는 합니다.
다만, 무선입환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좀 여지는 있을건데, 이번처럼 선로전환기가 정상동작하지 않은 걸 간과하고 화차를 밀어넣는 작업을 했다면 무선입환이 도입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사고가 났을 개연성은 있습니다. 특히나 자격 소지자만 취급할 수 있어서 모든 수송원이 컨트롤러를 착용하지 못하고 특정 인원만 취급해야 할 경우라면 기관사가 제어하는 것과 달라질 게 없을겁니다. 물론 추진입환을 할때 조작자가 후방을 확인하면서 한다면 확실히 안전해질 수 있을거기는 합니다만,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 교육훈련과 장비 투입을 충분하게 하려면 그만큼 투자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겁니다. 운용을 위한 제도정비도 들어갈거고.
선로전환기 문제는 이게 이른바 버튼식으로 동작하는 차상 선로전환기라 불리는 물건이라서 그런데, 아예 수동식이거나 아예 제어를 전담하는 관제실에서 제어하던가 둘 중 하나였다면 문제가 좀 나았을까를 좀 따져볼 필요는 있습니다. 사실 차상 선로전환기라는 개념 자체는 로컬관제가 통제하지 않고 현장 수송원의 필요에 따라서 동작시키기 위해 쓰이는, 일종의 반자동화 설비쯤 될겁니다. 미국처럼 시설이 방대한데 비해 잘 짜여진 신호보안을 적용하지 못하는 동네에서 쓰는 그런 류의 설비랄까. 수동식 선로전환기를 쓴다면 아마 사람이 항시 이 지점에 상주하거나 주변의 수동식 설비랑 묶어서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조작을 해야해서 불안전하고, 또 육체작업이 수반되니 근골격계 질환같은 소소한 사고의 위험이 따를 가망이 높습니다. 반면, 로컬관제가 중앙통제하는 식이었다면 동작의 확실성은 담보될 수 있지만, 현장과 로컬관제간의 의사소통 문제로 잘못된 취급을 하거나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아마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 신호에 준하는 취급과정 때문에 작업속도가 많이 느려지고, 인원과 시설투자가 추가될 수 밖에 없어서 안하게 되었을거라 봅니다.
유효장 이야기는 좀 많이 엇나간 이야기인데, 컨테이너 같은 종류라면 트랜스퍼 크레인이나 리치 스태커가 돌아다니면서 화차를 움직이지 않고 하역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시멘트 화차같은 재래식 화차는 보통은 그렇게 작업이 되지 않습니다. 사일로에 붙는 슈트나 공압 펌프같은 하역 설비들은 가동범위가 그리 넓지도 않고, 또 이걸 한번에 동시 다수를 동작할 수 있게 설비가 설계되지도 않습니다. 잘 해야 1회 작업당 2~3량 정도나 될까. 오봉 이외에 실제 사일로가 있는 여타 역들을 보면 현장에 시멘트회사 소속 입환기가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입환기가 화차의 선로 내 이동을 시켜주는 식으로 일을 합니다. 물론, 이러는 경우 시멘트회사쪽 수송원과 기관사가 배치되어 일을 하는게 보통이고. 단순히 유효장을 늘린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라, 하역작업을 그렇게 수행할 수 있는 설비투자가 사일로측에서도 이루어져야 하고... 실제로는 이게 기술적으로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은 작업량수가 제한을 받게 되는 겁니다.
항공사진이나 공개되어 있는 배선도로 봤을때 오봉역의 설비는 업주측 입환기 없이 전적으로 철도측 입환기가 대개의 이동작업까지 병행해야 했을걸로 보이는데, 그렇기 때문에 입환조의 업무량이 굉장히 빡빡하고 그게 작업 피로로 이어져 이번 사고처럼 착오나 실수를 유발하게 된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혹자가 약을 파는 2시간 반 근무 운운하는 이야기는 이런 야드에 직접 투입되서 뛰어다니는 현장 작업 2시간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아닌가 싶은데, 이런 식의 시간산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면 트럭커들은 일일 근로 8시간동안 계속 연속운전을 해야 하루치 일을 한거다, 내지 사무직은 보고, 연락, 협의 등으로 실제로 부가가치를 가진 일을 하는 시간만 일을 한거다 라는 수준의 짜깁기에 가까운 이야기라 할겁니다.
시설의 개량이 우선되어야 한단 이야기는 원론적으로 맞긴 하지만, 그 시설 개량 투자가 실현될 때 까지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번에 내년도 예산안에 56억원의 노후물류기지 재생예산이 반영되었다는 언급이 있긴 한데, 일단 이정도 금액은 철도에서 대대적인 시설개량을 수행하기에는 턱도 없는, 아마도 설계등의 용역비 정도나, 고식적인 소보수 정도를 조금 넘기는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숫자입니다. 그나마도, 집행까지 최소 1년 가까이 걸리기 쉽고, 만약 설계사업같은 다년간에 걸치는 사업이라면, 건설개량사업의 진행이 돌아가는 걸 보면 5~6년은 족히 소요가 될겁니다. 이 기간동안 업무체제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지난 기간의 사고 확률을 보면 한두사람은 더 희생자가 나와야 할거란 이야기가 될겁니다.
그리고, 숙련자들이 왜 남아나지 않는가를 따지는 건 덧없는 이야기라 보이는데, 어떤 조직이 되었건 사람은 순환되게 마련입니다. 한번 오봉 근무자로 들어가면 평생 오봉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런 체제가 되면 아오지 취급 정도가 아니라 요덕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취급을 받게 될겁니다. 너무 미숙련자만 남아나는 상황은 우려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신입을 넣지 않는 조직이 된다면 또 그 나름대로 병폐가 생기게 될겁니다. 좌천성 내지 보복성으로 근무자를 발령내서 사실상 퇴직을 압박하는 용도로 악용한다거나, 초심자는 아니지만 1년이나 2년 정도 근무경력이 있는 빽없고 성정약한 사람위주로 강제징용 비슷하게 독박을 씌운다거나 하는 인사병폐가 생길 가능성 역시 생각해 봐야할겁니다. 장기근무를 할 만한 환경을 만들고 지원을 해주거나, 초심자가 들어가서 배겨날 수 있을만큼의 업무체제를 만드는게 필요한거지, 그냥 고인물동네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닌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지옥을 만들고자 하는 악의가 있는게 아닌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아니, 그전에 사람을 삭감하면서 OJT베이스로 돌아가는 한국의 업장들에서 숙련자를 새로 육성할 수는 있을지부터 고민을 해봐야할겁니다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