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고가 잦다 보니 안건을 공격하기 위해서 안전을 들고 나온 모양새인데... 좀 여지는 있지만 많이 과한 주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당장에 10년전만 해도 20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의 디젤 동력차를 양쪽 끝에 달고 운전하는 열차가 존재했습니다. PP-DHC 새마을동차라고. 애초에 비슷한 류의 PP형 동차의 동력차는 기관차의 설계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약간 개량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좀 금시초문이라 생각이 됩니다.
교외선에 투입할 RDC차량이 노후화로 연장사용이 막히면서 운행재개가 벽에 막히게 되자, 기관차를 양단에 붙이는 방식의 열차조성을 검토하고 있는 중으로 보입니다. 시운전은 일전에 경북선 구간에서 돌렸던 모양이고 검토가 뭔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기는 합니다. 아마도 통상적인 운전환경에서는 큰 문제는 없기는 할거라 생각은 됩니다만서도... 문제는 통상적이지 않은 조건이 걸렸을때라 봐야할겁니다.
실은 운전규칙류에서도 여객열차의 조성과 관련되어서 이래저래 제약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아마도 이건 사고 등으로 뭔가 트러블이 있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봐야 할겁니다. 대충 기억나는 것으로 꼽는다면, 객차는 반드시 화차 등의 후미에 연결하는 것이 원칙이고, 기관차의 경우 보조기관차나 구난 등의 응급시가 아닌 이상 선두 기관차의 차위에 연결해서 회송을 하는게 원칙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알려진 바는 모르겠지만, 통상 이야기되는 건 객차의 강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급제동이나 충돌, 탈선 사고시에 차량에 데미지를 주거나 심할 경우 무너지는 화물이나 제동이 들지않고 격돌해 오는 화차에 객실부가 말 그대로 박살이 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이 됩니다. 뭐, 좀 작게는 승차감이 아주 구려진다는 이유도 있기는 한 모양이었고 말입니다. 이건 거의 2차대전 이전부터 정립된 원칙에 가까운건데, 혼합열차 등의 형태로 다니던 시절의 경험이 반영된게 아닌가 생각은 됩니다.
물론, 그러면 PP동차 같은 차량은 안전을 도외시한 결함설계 차량이냐 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을겁니다.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PP동차로 만드는 경우엔 대개 연결기에 유격을 두지 않는 밀착형 연결기, AAR타입 중에 밀착핀이 설치되어 있는 그런 타입이나 샤펜베르크 연결기 같은 종류를 쓰고, 제동장치 역시 단순기 공기압식이 아니라 좀 더 발전된 타입들을 쓴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쪽이라면 아예 차량 양측에 버퍼가 설치되어 서로 맞닿아서 밀어내는 구조기 때문에 추돌사고에서도 연결기 부분을 기준으로 잭나이프 처럼 접히거나 텔레스코핑이 나지 않는 그런 구조가 되어 있다 봐야할겁니다. 물론 전속력으로 격돌하면야 답이 없기는 합니다만서도.
즉, 단순히 현행 객차의 양단에 기관차를 연결하는 것 자체는 사고상황을 배제한다면 큰 무리는 없겠지만, 사고나 장애가 발생했을때 객차 자체에 구조손상을 입힐 가능성은 있고, 상대적으로 제동이 거칠게 동작한다면 뒤의 무거운 기관차가 밀리면서 승차감을 아주 안좋게 만들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즉, 어느정도 보완설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은 되고, 이러고서도 건널목 등의 충돌사고에서는 약간 불안함을 면키가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물론, 동차라면 설계에서 제대로 보완이 안되면 객실내로 충돌물체가 뚫고 들어오는 더 끔찍한 케이스가 나오기는 합니다만서도.
여담이지만, 기관차의 경우 유화, 무화를 따지는 건 왕년의 증기기관차의 특성 때문에 그런게 있습니다. 증기기관차의 경우 밸브기어와 크랭크 축이 붙어있는 상태고, 이걸 물리적으로 제거하지 않는 이상 견인상태에서 이 기구류가 동작하는 걸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쪽 기구에 어떤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으면 기기류를 손상시킬 위험이 상존하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여기에 증기기관차는 동력을 가지고 운행할 경우에도 도중 역에서 마찰부에 급유를 하고, 발열등을 수시로 점검을 해야 하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무화회송을 가는 경우 첨승자 없이 최후미에 붙여놓았다면 아무도 이런 확인을 하지 않게되는 문제가 따라오게 됩니다. 그래서 연결위치의 제한이 붙는 거라 보면 될겁니다. 현대적인 전기식 또는 유압식 기관차의 경우도 모터나 토크컨버터가 강제로 돌아가는 상황은 트러블이 날 수 밖에 없어서 이런 무화회송시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제약이 따르기는 하고 말입니다. 이번 경우에서 만약 무화회송이 문제가 된다면 운전절차 등에 관련한 사항을 반영해 넣는 조건 정도면 그리 큰 위험은 따르지 않을거라 할 수 있을겁니다.
사실, 교외선 차량 문제는 예전에 글을 적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참 답이 없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차라리 식언을 하고 디젤동차를 소량 도입하는게 현실적이긴 하지만, 형식승인과 시운전 등의 기간을 생각하면 발주가 결정된 이후 4년 정도는 걸리는 상황이 될수밖에 없고, 그나마도 해외수출모델이나 좀 과격하지만 특수차 등으로 실제 실적을 가진 차량의 설계를 차용해야 그정도쯤일거라 생각이 됩니다. RDC기반의 신차라는건 더 답없는 조건이 될거고 말입니다.
수소동차가 실용화 까지 도달을 했다고 하지만, 수소충전소 설치 문제나 이에 따른 안전규제 문제, 그리고 암만봐도 가격이 정신줄을 놓을 걸로 예상이 되는 그런 차량 스펙이기도 한지라 도입수량이 부족해지거나, 너무 비싸서 다이어를 펑크를 내거나 둘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또 실증사업 어쩌고 했다가 오륙도선 처럼 사업비 급등으로 이도저도 아니게 개판이 나고, 예산집행 가지고 갑론을박이 계속 번진다면 이건 안하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될거고 말입니다.
쉬운, 그리고 적시성 있는 대안이 없으니 안그래도 부족한 무궁화객차 운용을 쥐어짜서 저런 검토를 하는거라 보이긴 합니다만서도... 누군가는 이 상황에서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결단을 좀 내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