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이야기지만… GTX급 열차를 넣는 다는 말이 나오니 그쪽 언론에서 이걸 야마로 잡고 좋아라 하고 있는 눈치가 보이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좋아할게 아니라 각들 잘 재야 할거란 생각이 많이 드는 감이 있습니다. 충북, 세종, 대전 모두 속내가 다 다른데, 심지어 중앙정부도 이걸 다루는 셈법이 다른 그런 분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180급 차량을 투입하고, 이걸 경부선과 연계해 운행하겠다는 이야기는 과거 세종시가 KTX역 신설에서 방향전환을 해서 언급했던 ITX역 안건과 일맥하는 이야기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쪽은 기존에 세종시에서 주장하던 방향과 큰 차이가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세종에서 대전방향으로의 연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서는 미묘하게 읽을 부분은 없잖아 있다 할겁니다.
현재 추진 중인 경부선 및 충북선 청주공항까지의 복선전철화 사업은 경부선의 소폭개량으로 크게 압축되어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180급 차량 이야기가 나왔다면 궤도개량이나 전력설비 증설을 통해 좀 더 고속주행이 가능하도록 설비개선은 할거고,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구간 내 각 역에 고상승강장 설치 역시 이루어질 가망이 높습니다. 이는 즉슨 현재 무궁화호 기반의 열차들을 고상승강장을 쓰는 EMU-150이나 아예 180급 신차로 대체운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가 될겁니다.
한편으로, 충북에서는 청주 시내구간 이야기를 하는데, 180급 차량을 투입하는 것이 전제되었다면 사실상 이 시내구간의 일반철도 내지는 광역철도에 의한 추진은 아주 어려워졌다고 생각해야 할거라 보입니다. 물론, 시내구간 약 12km정도에 한정해서 GTX처럼 대심도+매우 한정된 역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사업비를 줄여서 접근한다는 대안에 여지는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건설 이야기가 나오면 추가역 설치 요구는 거의 필치의 사안이고, 이 시점에서 사업비 통제나 적정한 운행계획을 유지하기도 매우 어려울거라 아마도 기존 충북선 활용안으로 정리될 가망이 매우 높다고 보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걸리는건 경부선 복복선 계획이 물건너가고, 세종시 쪽으로 경부선의 연계운행 이야기가 나온 이상, 충북쪽으로 경부선의 직결열차 운행편수는 제한적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세종방향으로는 EMU-150과의 복합열차편으로 조치원에서 분리결합을 적용해서 경부선의 용량제약을 피해갈 수 있지만, 충북선 방향으로는 이건 불가능한 이야기일수 밖에 없고, 아마도 충북선에서 세종시 방향으로의 로컬열차로 용량을 채우는 수 밖에 없을겁니다. 여기에 GTX급 노선이라는 이야기는 배차 역시 GTX정도로 하루 120회, 즉 맥스로 채워서 시간당 2~3회 정도 배차조건인데, 이건 수도권에 계획하는 노선이라 하더라도 전면 지하신선을 팍팍 지를 수 있는 그런 레벨의 배차와 수요조건이 나오기 많이 어렵습니다.
솔직히 까고 말해서, 광역시도 아닌 동네에 국비를 꼴아박아가면서 지하철을 깔아준다는 건 지역간 균형 문제로 갔을때 필패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고, 광역시라 하더라도 그런 노선은 도시철도 사업으로서 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을겁니다. 수도권에서도 풀 사이즈 중전철 지하신선은 이젠 중형전철인 인덕원-동탄선과 간선기능을 가진 월곶판교선 정도로 한정되는 상황이니, 이건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 봐야할겁니다.
대전 쪽은 이번 구상에서 변수가 많이 생기는데, 이미 4차 철도망 계획에 태워진 대전1호선의 세종연장선 계획과의 관계 설정이 문제가 될겁니다. 이렇게 될수도, 저렇게 될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달까.
일단, 이 대전1호선이 GTX급 차량의 직결운행 계통이 되는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도 될겁니다. 일단 경부선과 연계운행, 즉, 사실상 일반철도 규격의 대형차량은 중형전철인 대전1호선과 직결하는게 물리적으로 무리고, 설사 차량의 길이, 폭, 출입문 위치, 높이 등의 물리적 규격을 맞췄다 해도 150~180km/h 대역을 사용하는 차량의 전력소비량은 지하철의 직류기반 전력 설비로는 받아낼 만한 수준이 아니라 대대적인 시설개량을 피해갈 수가 없게 됩니다.
한편으로 1호선 연장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이 된다면 상대적으로 대전과 세종 간의 궤도교통의 속도가 좀 많이 부족해지는 그런 문제가 생겨나게 됩니다. 1호선 연장 계획에서는 도중역을 최대한 억제해서 도시간 교통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꽤 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대전1호선의 종점에서 시내까지의 거리가 거의 30~40분을 까먹는 상황에서는 자가용을 압도할 여지도 없고, 심할 경우 조치원 경유 환승이동과 시간소요를 겨뤄야 할 상황까지도 올 수 있게 될겁니다.
1호선의 급행화 같은 대안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방식일 수 밖에 없는데, 아예 이참에 정말로 대전세종간 GTX화를 4차계획의 변형으로 추진해 보는게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외삼차량기지까지의 계획선은 그대로 사용하고, 대전1호선의 기지역 추가까지는 하되, 여기서 그대로 녹지지역을 지상구간 위주로 관통해서 카이스트 영내 인근부터 지하로 진입, 월평역이나 좀 더 무리하면 대전청사역 인근 녹지지역까지 연장해 들어가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물론 수도권 외부의 지하선은 어불성설이기는 합니다마는, 월평까지라면 약 3.5km, 대전청사까지라면 7km 남짓의 지하선으로 가능하고 지하구간에 종점역 1개소만 두는 조건으로라면 따져볼 여지는 있을거라 봅니다.
여기에 세종시내 구간이 건설로 가닥이 잡힌다면 충남권과 관련해서는 과거 떡밥으로만 끝나던 조치원-공주-장항선 연선 간의 철도도 가시적으로 생각해볼 여건이 될거라 보입니다. 이건 일제때부터의 떡밥노선이었고, 이후 석탄수송 문제때문에 적극 검토되다가 지금으로서는 거의 의미가 없어진 축이 되어버렸습니다마는, 세종까지 여객노선이 들어갈 수 있게 된다면 그 지선으로서 생각해 볼 부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수요조건이 한정적이어서 실제 계획선으로 확립되려면 아득한 노선이기는 합니다만서도.
이외에 충청권 광역철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제서야 착공 이야기가 나오는 점은 좀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미 대구권은 상당히 진척된 상황에서 대전충남쪽은 아직도 헤매고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의지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엮이는 곳이 한둘이 아니고, 여기에 경부선의 용량압박, 대전선과 시설경합문제 등등 복잡한게 한둘이 아니기는 합니다마는 이건 좀 너무할 정도로 지지부진이 아닌가 그리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