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교대제에서 3조 교대제로 바꾸어서 인력부족을 메꾸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2차대전 후반때 추축국 수뇌들이나 할만한 발상에 가깝습니다. 전황을 조져서 전력확충이 필요하니 후방산업을 털어서 병력과 물자를 채워넣고, 이렇게 부족해진 인원을 근로시간의 연장과 각종 동원인력으로 메꿔넣는다는 발상이었는데, 역사를 아는 분들은 알지만 이 짓거리를 한 덕에 전쟁중에 온갖 불량, 전설적인 오각너트 문제같은 기초적인 데서까지 불량이 속출해서 전력을 역으로 더 깎아먹고, 피로 방지용으로 남용되었던 암페타민 중독 문제가 지금껏 이어지게 된 바 있습니다. 인력 부족문제를 그냥 근로시간을 잡아늘려서 하는 방식이 되면 숙련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피로를 늘려서 역설적으로 안전확보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이건 그냥 직업일선에서 일을 해봤다면 상식으로 알 사안인데, 관가의 상식은 세상의 비상식이라는 드립이 여기서 좀 증명이 되는 부분이랄까 그렇습니다.
당장에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극적으로 안전사고가 줄어들게 된 요인이 근로기준법 적용에 따른 무대뽀식 장시간 근로의 해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설투자가 어쩌고 이야기하지만 그걸로는 2004년 이래로 빠르게 잦아드는 사고를 설명하기엔 완전한 설명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는데, 결국 장시간 근로가 해소되면서 과로나 작업피로가 줄어들면서 인적 오류가 줄어들은 것이 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아마 딱히 통계적 데이터가 명확하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인 직장보다 4조2교대화를 하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기기는 할겁니다. 시중의 근로시간 자체가 서비스 잔업, 작업전 조례, 여타 각종 연장근로 등으로 줄줄 늘어져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표준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 근로를 하회하는 점에서 이건 너무 "빠진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여지는 있을겁니다. 문제는 야간근로가 상시화된 환경을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이런 교대제로 돌아가는 경우 대개의 나라에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실제 사례로 일본의 경우, 실무는 각종 잔업이 덕지덕지 붙는 모양이긴 하지만, 채용공고에서는 주당 평균 36~38시간 근로를 명시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야근이나 연장근로가 흔해서 52시간이 흡사 근로시간의 표준인양 떠드는 세태기는 하지만, 주5일 근로자와 교대같은 변형근로자의 근무여건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아주 저열한 노동실무 인식이 보이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근로시간을 잡아늘려서 숙련도를 올린다... 라는건 사실 지금 러시아가 징집병을 다루는 방식, 그러니까 아무나 길거리에서 잡아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제대로 훈련과 무장도 안시키고 잡아던지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발상에 가깝습니다. 살아남으면 숙련병이 되겠거니 수준의 발상인데, 실제로는 그전에 죄다 소모되어 버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도 숙련병이라기 보다는 잘 도망치거나 잘 짱박히는 그런 사람들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숙련에 대한 개념이 엄청나게 뒤틀린 사람의 발상이라 할 수 밖에 없달까.
한국의 현업은 OJT(On job training)라 불리는, 이른바 사수-부사수 방식으로 일을 배우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교육시스템이 아예 없는건 아니고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라면 다들 가지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현실세계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범용성있고 이론화, 정규화된 지식을 가르치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는데다, 여기에서 공식적인 현장 훈련과 습숙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은 대개 빈약한 경우가 대부분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사규나 각종 법령은 이상적인 환경을 규정해 두지만, 실제 현업은 절대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 이른바 FM과 AM의 격차가 존재하는데, 한국적 풍토에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이 괴리가 상당히 큰지라 OJT의 힘이 클 수 밖에 없다 할겁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3조2교대로 환원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OJT가 활성화된다고는 보장할 수 없고, 4조2교대 시스템에서 OJT가 안된다는 것도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이 OJT라는게 체계화, 형식성을 갖춘 그런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는게 아니라 개개의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쉬운 그런 특성이 있다시피 하고, 현장에 어느정도 여력이 있지 않은 이상에는 일을 잘 가르쳐 주는 걸 기대하기도 어렵다 할겁니다. 너무 한가하면 정작 가르칠 사람의 숙련이 유지가 안되는 그런 문제가 있겠지만, 이른바 골디락스 존을 맞춰주는게 OJT의 활성화에 꽤 중요한 유발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달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필요에 따라서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의 형태로 OJT에 숙련자를 더 넣을 수 있는, 근로시간에 여유가 있는 4조2교대 시스템이 더 숙련유지에 바람직한 방향일 수도 있을 겁니다. 뭐, 아마 이런 고민을 했다면 기관사나 차장은 무관계한 교대근무제를 가지고 안전확보 인공수 증가 같은 드립은 안쳤을거 같긴 합니다만서도.
이런 이유에서 OJT가 잘 발달된 일본 현업에서는 신규자가 배치되는 입구 사업소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 그런 케이스가 흔한 편이고, 거기서 거쳐가는 커리어 루트도 어느정도 셋업이 되어 있는 예가 많습니다. 너무 바쁘지 않고, 배울만한 요소가 많은, 뒤집어 말하면 설비나 업무 내용의 다양성이 있는 그런 곳들이 이런 타겟이 된달까. 심지어 현업직이 아닌 이른바 "커리어 조"라 불리는 명문대졸 사무관리직 신규자들도 현업업무를 1~2년간 두루 겪도록 돌리는 시스템이 국철시대부터 관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숙련을 양성하는 OJT나 교육체계의 필요를 보여주는게, 국토부 스스로가 지적한 신규 기관사의 역량 부족 문제입니다. 지금 전동열차 기관사들은 훈련을 전혀 안받고 채용되는 사람들은 적은 편이고, 대개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취득해서 입직을 합니다. 이 면허가 그냥 자동차 면허처럼 하루저녁 암기하고, 몇일 시뮬레이터나 교습차로 운전해서 따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거의 서너달 가까운 교육과정을 거치고, 꽤 정교한 시뮬레이터 기반으로 1:1 평가를 해서 발행하는 그런 면허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빡빡한 제도를 구성해 넣었음에도 역량부족 문제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커리큘럼이나 실습과정, 더 나아가 제도 구성에 헛점이 많이 있고, 역으로 OJT처럼 현업에서의 연계와 훈련지원이 약하다는 이야기라 할겁니다. 면허제도로 양성하는 인력의 방향성에 좀 한계가 있는게 아닌가하는 느낌입니다. 아마, 이런 지적이 나오면 면허과정이 너무 허술하네 어쩌네 하면서 더 빡세고 장기간의 교육과 평가 과정을 만들 흐를 거 같긴 한데, 이건 사실 더 형해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바보같은 에스컬레이션이 될겁니다.
사실 면허제도를 운용함에 있어 난이도를 높히는 것은 실제 일하는 사람을 양성하는데는 별 도움도 안되고,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것 이상으로 적격자도 걸러내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보통 면허를 엄격하게 하는 것은, 밀턴 프리드먼의 대표저서인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직접 지적하고 있듯이, 지대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가 될 뿐입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무로 넘어간 이후 OJT의 체계화와 강화, 그리고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력운용의 정교화가 필요할 따름이라 할겁니다. 그점에서 언급된 차장을 경유해서 기관사로 발령내는 것 자체는 나쁘지는 않은 접근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시스템을 잘못짜면 일본국철이 크게 데였던 사안인 노노갈등과 그로 인한 노동쟁의의 극단화, 그리고 직렬의 사일로화로 인한 직렬간의 비협조나 몰이해, 그로 인한 각종 조직병리현상으로 이어지게 될거라 그냥 닥돌하듯이 밀어붙이기 보다는, 많은 협의와 고려를 통해 좀 더 정교하고 다양성을 갖춘 제도구성이 필요하기는 할겁니다. 애초에 노사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사안이기도 하고. 이건 사실 역사적 경위까지 봐야 하지만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생략하겠습니다.
여하간 고민이 없는 거 보다는 나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안건의 큰 내용들은 솔직히 고민이 부족해서 질렀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노사관계를 트롤링하고, 조직의 사기를 개발살낼 지에 초점을 두고 불을 지르는, ㄱㅆ트롤 같은 그런 수준의 안을 마구잡이로 던진 그런 태가 많이 난다 라고 평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안전을 확보한다면서 과로와 조직 문화의 붕괴를 부추기는, 그야말로 양두구육 그 자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