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현지 위성사진을 보면 구닥다리 단선 노선이 아닌, 전차선이 완비된 복선 노선으로 근래에 전면 개량이 달성된 구간입니다. 최근 10년 내에 개량이 완료된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인근에 폐지된 단선구간이 연결부만 끊긴 채로 그대로 남아있는게 보일 정도인데, 이런 노선에서 폐색사고가 났다는 건 정말로 이례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과실치사 혐의로 역장이 체포되었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발생 시간이 현지시각으로 23시 늦게인 점, 그리고 충돌한 열차가 여객열차와 반대방향으로 운전하는 화물열차였던 모양이라 아마도 선로작업이나 고장에 기인한 대용폐색 시행 또는 대용신호를 잘못 한 것이 아닌가 추정이 됩니다. 상세한 사고조사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어느쪽도 휴먼에러가 주가 되지만 기본적으로 시스템의 서포트가 불충분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또 역장 측의 주장으로는 정상적으로 신호를 취급했음에도 선로전환기가 정상동작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경우라면 신호쪽의 오작동이나 불비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일단 여기서도 민영화와 경영개선 압력이 탈을 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듯 한데, 이건 보조적인, 또는 배경적인 원인일 수는 있겠지만 직접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좀 복잡하기는 할겁니다. 고장 대응이 늦거나 개량투자가 늦었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나오기 나오긴 하고, 사실 그리스의 경우 지난 몇년간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EU로부터의 재정개혁 압박을 엄청나게 받았던 동네고, 그런 이유로 2008년에 상하분리 형태로 분사한 열차운영회사를 2016년에 이탈리아 철도(FS)에 매각을 실시했던바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공적보조나 개량투자가 부실했을 가능성은 많이 보이기는 하는데... 사고 조사 결과에서 어디까지 이런 구조적 문제가 개입했는지가 언급될지 두고봐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편 어제는 일본 JR동일본 관내인 가와고에 선에서 니어미스 사고가 발생했고, 초기에 알려지기로는 단선 구간에 대향하는 열차가 들어갔다는 언급이 나와서 그리스의 사고건과 비슷한 폐색 오취급 사고가 아니었나 생각되었는데, 이후 확인된 바로는 열차 진로를 잘못 내서 이선진입 사고가 났던 것으로 폐색사고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대충 사고 발생 지점은 미나미후루야(南古谷)와 사시오기(指扇) 사이 구간에서 발생했다고 하는데... 이게 발생한게 정상적으로 신호취급을 했다면 한쪽에만 신호가 나야 했지만, 관제사 또는 역장이 미나미후루야역에 인접한 차량기지 출입선로 쪽으로 신호를 잘못 내는 바람에, 양쪽 모두 신호가 현시가능하게 되어버렸던 걸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출입선로의 분기 지점이 본선상의 도중분기다 보니, 일단 분기의 안쪽, 배향에서 접근하는 열차는 정지신호를 보고 무사히 섰는데, 인접한 사시오기 측에서 출발신호를 보고 발차한 열차는 기지방향으로 진로가 개통된 것을 보고 정차하면서 두 열차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안전확인이 이루어진 이후 미나미후루야 쪽에서 출발한 열차를 퇴행시켜 역에 다시 반입하고 수동으로 진로를 다시 조작해서 열차운행을 재개했던 모양이지만, 3시간 가까이 딜레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하필 이 구간은 JR동일본 관내에서 혼잡노선으로 악명높은 사이쿄선 열차들이 입출고를 위해 운행하는 구간이다 보니 지연 파급은 도쿄까지, 또 직결운행을 하는 각 노선에까지 미쳤던 모양이기도 합니다. 이건 사실 치명성을 가진 경우는 아니기는 했지만, 휴먼 에러에 기인하는데다 또 단선구간에서 서로 마주보고 들어가다 섰다는 것 때문에 그리스 사고의 재현이 아닌가라는 연상작용도 일으켜서 좀 현지에서 말이 많았던 경우로 생각이 됩니다.
뭐 JR이 자랑하던 중앙지령에서 일괄처리, 그리고 PRC 등을 통한 자동 제어화 같은게 여기서는 사고를 쳤단 이야기가 되는건데... 암만 첨단 시스템을 구비하더라도, 또 역으로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라도 결국은 사람의 문제를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번 사고들의 교훈이라면 교훈이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