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고, 효율에도 문제가 있지만 아무튼 SR의 지선 운행을 위해 정비를 쥐어짜서 차를 내놓으라고 하는 구토부와 SR의 땡깡이 참 점입가경이라 할겁니다. 이런걸 우리는 업계용어로 "갑질" 또는 "불공정행위"라고 하죠. 일단 질러놓고 시작하는 것 부터가 정말 그림으로 그린듯한 모양새입니다.
일단 운용율 데이터가 기사 본문에 있지만, SR은 32개편성 중 22개편성 운용, 10개편성 정비를 실시하고 있어서 약 69%의 운용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KTX의 경우 104개 편성에서 비상편성까지 포함해 약 79편성을 운용중으로, 76%의 운용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상편성은 좀 특수한 케이스인걸 감안하고, 또 아마 운용편성 숫자에 들어간 모 특수용도 차량까지 감안해서 3개편성을 빼고 보면 73% 정도의 운용율이 나옵니다. 숫자로만 보면 이 운용율의 갭을 해결하면 1편성 정도 갹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을 하고 있을거라 봅니다. 원래 잘나신 분들은 탁상에서 숫자만 보고 아하 그렇구나 하고 뽑는거 잘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좀 주의할건, SR은 광주기지를 메인으로, 부산기지를 일종의 보조로 쓰는 체제로 차량기지의 운용효율이 좋을 수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게 있습니다. 철도공사의 경우는 이 두 기지 외에 고양기지까지 운용하고 있고, 덕분에 정비 운용면에서 상당히 효율좋게 일을 할 수 있는 구도를 갖추고 있어서 운용율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라 할겁니다. SR의 경우 기본적으로 광주/목포나 부산에서 교체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지라 상황에 따라 차량을 교체하거나, 주기도래 전 킬로를 더 뛰게 한다거나 하는 식의 융통성이 부족한 구도가 되어 있을겁니다.
상식적으로 정비위수탁 계약구도상, SR은 차량에 대한 책임을 단 하나도 안지고 오로지 철도공사가 독박을 쓰는 구도에서,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운용조건을 맞춰주겠다고 하는건 뭐 강압 내지 궁박으로 인한 체결이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당장에 저번 터널시공 불량으로 차가 대량으로 고장났을때, 비상편성이나 예비차를 탈탈 긁어다 밀어주기를 하고, 이거 때문에 정비라인을 쥐어짰던걸 생각하면 제정신으로 할만한 짓은 확실히 아닐거라 할겁니다.
물론 저번에 하던것 처럼, 분명히 정비편성 중에 운용 여력이 있는 차는 있는 거 아니겠냐 하는 경우가 있을겁니다. 이건 말 그대로 단기간, 즉 몇 일 정도의 운용을 전제로 융통성을 부리는 거지, 고정적인 운용 수준에서 정비계획을 뒤흔드는 건 반드시 후과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교환부품 재고 확장이나 라인증설같은 추가 투자, 하다못해 인력운용을 바꿔서 사람을 더 때려넣는 등의 비용적 측면일수도 있고, 정비주기 조정이나 몇몇 고장이나 장애에 대해서 조치를 미루는 등의 안전상의 위험을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사실 현재 KTX의 73% 수준의 운용율도 주말 전후해서 자잘한 트러블이 늘어나는 모양새를 보면, 그리 안정적인 상태는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SR의 운용율을 끌어올렸을때 그 뒷감당이 될지는 글쎄... 좀 쉽진 않을거 같단 생각입니다.
그냥 KTX를 투입하는 조건이면 지방 사업소 증강문제도 없고, 기장들도 비상운전 같은걸 몇번 해봤기 때문에 별 무리없이 수도권고속선 구간 운전에 충당이 가능하며, 차량 역시 이음 투입으로 생긴 여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하기까지 합니다. 어차피 철도공사 매출이든 SR매출이든 이걸로 순증이 생기면 생겼지 감소가 생기지 않으니 국가철도공단이 징징대는 건설부채 상환재원 확보에 기여도도 충분히 있고 말입니다. 반대로 SR이 이걸 위해 지방 사업소를 추가하면서 비용 지출이 늘어나고, 또 차량 정수가 모자라 경부고속선 차를 갈라쓰게 되면서 매출과 순익 모두가 감소가 되는 그런 그림이 나오게 됩니다. 대충 겐또쳐보면 순이익 약 50~70억원 정도는 매년 날리지 않을까 싶은데...
이쯤되면 정말 무엇을 위한 경쟁체제™인지 점점 알 길이 없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아무리 봐도 나으리들이 꺼드럭댈 수 있는 번듯한 일자리와 술판 벌일 업무추진비 카드값을 위해서 하는게 아닐까 싶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