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쯤에 유럽에서 시험해 봤다가 그리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했던 시스템인데, 국내에서 이걸 가져다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걸 단독으로 달고 꺼내든건 아무래도 그런 의도가 많이 깔려있을건데, 참 공익과 사익의 경계선에 있는 보도인건 일단 차치하고... 이게 정말 가능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 필요가 있을겁니다.
일단 보기에는 꽤 그럴듯 한 이야기지만,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는 대안이라 할겁니다. 우선, 제일 먼저 드는건 일상적인 내오염성, 내구성 문제입니다. 내오염성을 먼저 든건 멀리 갈거 없이 디젤기관차의 배기와 함께 튀어나오는 검댕이나 기름들, 또 차량 하부에서 간헐적으로 관측되는 누유, 제륜자로부터 발생하는 분진이나 차륜, 레일의 철가루, 그리고 각종 벌크화물에서 떨어져나오는 분진이 같은 걸로 오염될때 얼마나 효율저하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입니다. 별거 아닐 거 같지만, 교통량이 엄청나게 많은 경부선이라면 이게 만만찮은 수준으로 발생하고, 몇년 정도 쓴 철길의 제동포인트 부근은 철분으로 오염된 침목과 자갈이 식별이 될 정도가 됩니다. 과연 이런걸 당하고서도 기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거 다음에 들 수 있는건 결국 내구성입니다. 화물열차가 달릴때의 진동이나, KTX가 통과할때의 풍압은 영상이나 문언으로는 묘사하기 힘든 그런 강렬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충격량 때문에 시설 직원들은 공구를 들고 다니면서 궤도를 수시로 살펴보고 다니고 있고 말입니다. 시골역의 목침목 구간에서 살짝 솟거나 아예 떨어져 나온 개못을 본 경험들은 철도주변을 많이 돌아다녀 봤다면 한번 정도는 마주치기도 할겁니다. 이정도 충격에서 패널 조립체는 버틸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 주변의 체결장치나 배선류가 버텨줄지는 또 모를 일입니다. 특히 준고속선 이상의 고사양 선로로 가면 겨울철의 낙설이라는 굉장히 위협적인 요소까지 있어서, 장기 내구성에서는 악조건이 많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일단 이건 계절요인 정도로 생각해서 넘어간다 쳐도, 무엇보다 내구성에 대해서는 큰 압박요인이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보선작업니다. 자갈과 침목, 레일을 만지는 작업은 매우 거친 작업이어서, 저 밸러스트 클리너를 필두로 하는 제2종 기계장비 작업쯤 되면 정말 궤도를 문자 그대로 긁어서 털어내고, 쇠로 찍고 두들기며, 자갈을 밀고 끌고 부어버리고, 기계장치로 마구 진동과 충격을 가합니다. 그 와중에 막대한 먼지는 덤으로 생기고 말입니다. 이런 공정을 심야의 제한된 시간 내에 군사작전처럼 빠르게 진행하면서 선로의 유지보수를 실시하는데, 저런 궤도 설치물을 보호하려고 별도의 작업공정을 추가해야 한다거나 하면... 많이 곤란해 질 겁니다.
사실 애초에 침목 단위 수준의 패널을 체결구를 써서 설치하고, 이 기기들을 위한 지상 배선을 설치하여 선로변 인버터로 집전시키고, 여기서 다시 변압기를 거쳐 각 수요처나 ESS장치 같은데 송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들어갈 맨아워나 비용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거고, 이런 악조건 하에서 유지관리 업무, 집광판의 청결 유지나 고장개소의 점검 같은 것까지 들어가면 채산이 맞는 사업이 될지는 많이 의문이 남기는 합니다. 특히나, 교통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방대한 보선 소요를 가지는 본선 철도에 대해서는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시스템일 수 밖에 없달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금 방향을 바꿔서 본다면 여지가 없지는 않은데... 전동차같은 고정편성열차 위주의 차량기지 구내라면 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상대적으로 오염물 발생 가능성도 적고, 기지 내에서는 저속으로 이동하는 만큼 충격량도 적어서 내구성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을겁니다. 또 이런 조건에서는 궤도시설의 보수 소요도 적은데다, 상대적으로 유지보수 작업의 일정도 유연할 수 있어서 설치물 문제도 많이 줄어들거고 말입니다. 무엇보다, 차량기지 구내의 각종 유치선들은 낮시간대에는 대개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전력 생산량 면에서도 유리하게 쓰일 수 있기도 합니다. 또 지상배선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보조시설들을 설치하기도 쉽습니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유치선들 위에 지붕 구조물을 올리고 여기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게 이상적이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건설비는 매우 방대할 수 밖에 없으니, 건축물 외의 유치선로엔 이런걸 시도해 볼 가치는 있으리라 봅니다.
여하간 실험적으로 뭔가 해보면서 방향을 찾아볼 여지는 있겠지만, 본선 철도에 이런걸 두는 건 좀 너무 앞서나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