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2028년 시점은 KTX 사용개시 이후 25년으로, 기사에서 명시하다시피 2034년 시점에서 내구연한인 30년이 도래하기 때문에 아마 이 시점에서 대거 입찰이 시작될 거라고 예상하는 걸로 보입니다. 입찰이 나오는 건 5년 전 정도, 시간적 여유를 생각하면 27년 정도에는 절차가 시작되는게 그리 이상하진 않을겁니다. 아직 5년정도는 남아있지만, 이번 EMU-320 입찰이 좀 민감했던건 아무래도 이 밑밥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보는게 합리적일겁니다.
사실 KTX-1 자체는 기사 본문에 언급되지만 원래 99년 쯤 초도편성이 국내 반입되는 스케쥴로 제작되어 그중 최초 편성은 그당시에 현지 시운전을 돌렸던 차량이라 실제 차량의 수명 조건은 좀 더 엄격하게 봐야 할거긴 합니다. IMF덕에 시험구간 완성시점이 2002년 전후라서 국내 반입이 좀 꼬였던 전례가 있고, 이후 시운전과 국수역 유치선에 대거 유치라는 그런 사정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알스톰 직도입 차량 12개 편성 정도의 범위에서 2030년 전에 조기대폐차도 적극 검토는 되긴 해야할겁니다. 겸사겸사 일시에 발주량이 몰려서 생기는 재정부담이나 각종 사업리스크도 분산할 필요도 있기는 할거고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사업 총액이 6조라는 건 업계측의 주장이 아닌가 싶은데, 현재 운용중인 1세대 차량 46편성을 이번 발주한 EMU-320 차량의 단가를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3.8조원에서 4조원 정도 쯤의 사업 볼륨이 될 걸로 생각이 됩니다. 단가 상승률이 꽤 쎄게 들어가는 차량쪽 사정을 감안해도 5~6조는 평택오송 복복선화와 남부내륙선 투입편성까지 엎어서 산출한 숫자로 보입니다. 뭐, 사업이 2030년 정도에는 완공을 보긴 할테니 그것도 시야에 넣어 보기는 해야겠습니다만서도.
다만, 이 차량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수량적인 부분이 가장 민감하겠지만, 어떤 차량을 사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지금부터 슬슬 들어가야 할겁니다. 10년이나 남은 일을 미리 고민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그정도의 장기예측을 기반으로 컨셉을 잡아 다듬어가지 않으면 그 시점에 도입하는 차량은 현재 기술 수준에 얽매이고, 그 시점의 운영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그런 산물이 나오기 좋기 때문입니다. KTX-1의 경우 설계에서 실제 운영까지 7~8년의 시차가 있었고, 그 결과 도입당시의 신기술이었던게 운영개시 시점에서는 한두세대 밀린 그런 기술이 되어버렸던 그런 뼈아픔이 있습니다. 설비쪽도 결국 잉여로 남겨진 기내식 오븐이라던가, 결국 나중에 개조되었지만 CRT 차내영상장치가 달려있었다거나 한 부분들이 있었고 말입니다.
일단 검토의 가장 근간이 되어야 하는건 차량주행기술 부분일겁니다. 일단은 철차륜의 점착운전 방식이 바뀔 가망은 거의 없다고 보긴 하지만, 과연 VVVF 인버터 제어+유도전동기 구동 방식이 그 시점에서도 유효한 방식으로 계속 쓰일지, 아니면 더 극단적인 기술이 나올 여지가 있는지 부터 고려가 들어가야 할겁니다. 이전에 철기연에서 컨셉으로 던졌던 리니어 모터+리액션 플레이트 구동방식이나, 이보단 덜 극단적이지만 AGV에서 시도한 PMSM 방식의 모터 도입, 일본에서 사용중인 차체경사장치에 의한 곡선부 증속 같은 개량적인 주행기술들도 일단은 검토의 범위에 넣고 필요성이나 타당성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생각될것은 지금의 KTX-1의 강점인 높은 수송력이 다음 세대의 차량에서도 필요한가에 대한 고려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의 수송수요만 보면 현재 955명짜리 정원도 모자라서, 적어도 1100명 이상의 정원이 요구되지 않나도 생각은 되지만, 인구감소의 시대에 과연 그정도로 극단적인 수송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는 안될겁니다. 이 문제는 좀 압축해서 말하자면, EMU-320 중련운전 기반으로 전 편성을 대체하는게 맞는가, 아니면 16량 내지 18량 편성에 달하는 EMU-320 장대편성을 따로 만드는게 맞는가 정도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중련편성 기반으로 차량구성을 편제하면 주말과 주중의 수송단차를 유연하게 정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또 차종의 단일화가 가능하기에 차량운용 효율면에서 장점이 없진 않습니다. 또 장래 지선 계통이 늘어나면서 복합열차 소요량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거기에 대응하기도 유리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물론 기지 내에서 연결, 분리작업이 늘어나는 점이나 이미 장대편성 기반으로 조성된 기지시설의 유효활용이 어려워진다는 약점이 존재는 합니다마는, 이건 어느정도 감수하고 갈 여지도 충분히 있기는 할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경부선 축에 몰린 인구규모나, 수송수요의 집중을 생각하면 이 방식도 한계가 명확하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장대편성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수송력이래봤자 1량이 조금 안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게 10개 편성 정도 누적되면 거의 1개열차 정도의 추가수송력이 되고, 일일 중의 횟수를 누적해서 보면 무시할만한 볼륨은 아니게 됩니다. 만약 좀 더 극단적인 설계로, 복층형 부수차량을 2~4량 정도 더 끼워넣는다면 이걸로 얻는 추가수송력은 무시할만한 규모가 아닐거고 말입니다.
여기에 좀더 생각해야 할건, 장래 고속철도가 여객수송 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수송문제에 대응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당장에 손꼽히는 건 수화물이나 소화물 수송입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자동화 내지 집적화 시스템이 자리잡은 건 아닌지라 어떤 방향의 설비가 되어야 할지는 미지수지만, 열차 내에 여유 공간을 미리 잡아두고 장래에 전용할 여지를 놔두는 건 필요한 부분이 될겁니다. 또 지금은 편도운전 2~3시간 범위, 그리고 국내선에 한정된 운용이지만 장래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에 이르는 국제선 운전의 여지도 있고, 이때 새로 차를 도입하는게 상식적이겠지만 그보다 단시간에 대응해야 할 경우 이에 대응한 설비, 예를 들어 CIQ관련한 업무공간이나 급양·급수 설비, 또는 비스트로나 카페 같은 여객 자유공간 등을 차내에 개조해야 할 가능성도 있을겁니다. 따라서 이런 개조, 변경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공간을 미리 확보하려면 장대편성이 아무래도 유리할겁니다.
물론 장대편성으로 전량 대체가 아니라, 장대편성의 숫자를 현행 46편성에서 24~30편성 정도로 감축하고 나머지는 8량짜리 표준편성으로 2배수 조달을 해서 수송수요에 대응하는 방향도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0과 1이 아닌 0.5~0.8이라는 대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슬슬 들어가야 할거라 봅니다. 아마도 이건 장기운송계획 같은데서 방향을 잡아가는 형태가 되기는 하겠습니다만서도.
일단은 아직 시간이 5년여가 남아있는 상황이니 이런저런 연구를 통해 모양을 잡아가면 될 일이기도 하고, 또 그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미지수였던 사회적 현상이 좀 더 가시화 되는 것도 있으니 무작정 미리미리 하는게 능사는 또 아닐수도 있습니다만서도, 지금부터 이런 방향을 쌓아나가는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