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선 전철구간이 드디어 개통을 달성했습니다. 아직 송산까지의 구간과 이후의 간선구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사 가장 핵심이라 할 만한 한강도하 구간이 완공되어, 강릉선과 함께 신규 간선축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해선이라는 노선의 사업진행은 그 원대한 구상이나 계획에 비해서 정말 졸렬하다라는 말 외엔 표현하기 힘든 엉망이라는 점은 지적하고 가지 않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그 졸렬한 사업관리에 대해서 좀 적어두고자 합니다.
극초기의 서해선, 그러니까 소사원시선과 소사대곡선이 계획될 당시엔 철도청 시절에 계획된 남북철도 연결과 관련된 화물우회선인 능곡-부곡 복선전철 사업이 연관이 있습니다. 경부선 축이 이미 90년대 후반이면 포화상태에 근접해가고 있고, 남북간 철도연결이 이루어지면 추가적인 여객, 화물 운행이 필요하니 이를 우회시켜 의왕ICD와 그 이후의 경부선 구간에 접속시키는 노선축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계획된 것이 저 능곡부곡선이였습니다. 한편으로, 소사원시선과 소사대곡선은 이 노선과 별개로 여객 목적의 외곽순환선 개념으로서 계획이 잡혔던 것인데, 이 시점에서 둘은 따로 계획이 된것도 같이 계획된것도 아니고 그렇게 사업이 구상 단계에서 병립해 있다 보니 둘 다 사업이 제대로 돌지를 않고 공전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나중에 둘 중 하나만 하라는 식으로 가르마를 태워서 정리한 게 지금의 소사원시-소사대곡으로 정리가 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이렇게 정리해서 진행되면서도 거기에 깔린 간선 및 물류 목적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대로 홍보하지를 않아서, 이런 애매한 지선 사업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당시 가섭이 제법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옛 격언이 있었지만, 이 정말로 서울 모퉁이로 가버리는 노선은 그래서인지 이래저래 트러블 메이커 같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일단 전철구간으로 한정해서 보면 가장 일찍 나왔던 사례가, 물류 통과에 문제가 있도록 전동차 전용 기준으로 설계를 진행했다가 공사를 에지간히 진행한 이후에야 발견해 터널을 뜯어고치는 그런 케이스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링크 ). 단순히 전동차만 다니는 경우라면 문제가 아니고, 일단은 건널선 설계 미스라 본선측에 큰 영향은 없긴 했겠지만, 이 노선의 건설목적에도 불구하고 망각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이 안들 수가 없는 부분인데… 어찌되었든 이건 그래도 흐지부지 고쳐서 넘어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진행형인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신호체계 변경입니다. 애초에 소사원시 구간은 해외로부터 CBTC를 도입해서 적용을 했습니다. 당시 국제 저널에서도 이게 보도를 탔던 걸로 기억하는데, CBTC도입을 하면서 한국의 ATP와 병용 사용을 할 수 있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 입찰을 진행했던 걸로 압니다( 링크 ). 그런데, 지금 와서는 이 혼용을 포기하고, 갑자기 ATP만 쓰는 방식으로 사업을 변경해버립니다( 링크 ).
5G 환경 조성이 걸려서 라고 변명이라도 하면 차라리 나을거 같기는 하지만, 애초에 CBTC, 즉 통신기반 열차제어라는게 기존의 무선통신기술들, 와이파이나 3G, 4G같은 이동통신 기술에 기반을 하고 있는건 상식에 가깝고, 주파수 대역같은 문제가 따라올 수 밖에 없는건 LTE-R 사업 같은걸 하면서 알고 있었을텐데도 이렇게 진행을 해버린겁니다. 간선운행이 사후에 결정되어서 ATP로 바꿔야만 했다는 변명으로 민다고 하지만, 이미 CBTC도입당시에도 ATP사용은 기 결정되어 있던 거라 말이 안맞는거고 말입니다.
그리고, 서해선 전철구간 지연의 주원인, 김포공항역 허브화 안건이 있습니다. 즉, 서해선 김포공항역의 위치를 변경해서 5, 9호선 역과의 환승연계를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역의 위치를 조정하고, 환승통로 구조를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공사를 변경한건데, 문제는 이게 사업을 대폭 지연시켜서 개통시기를 거의 2년 가까이 밀어버렸다는 점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한강 하저터널쪽의 공사진척도에 문제가 있던걸 이걸로 돌려서 말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설계변경도 꽤나 늦게 이루어지고, 그 덕에 공사도 크게 늦어졌으며, 정작 그 허브화 공사라고 한것도 워낙 심도차이가 커서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도 모호한 느낌이 듭니다. 개통 이후에 실제 사람들이 이용해보면서 그 실제를 확인해보긴 해야겠습니다만, 뭔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많이 든달까.
여기에 사업관리에서 사소한 찐빠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한동안 김포공항역 완공 지연으로 원시까지 조기 개통을 이야기하고, 실제 차내 노선도에서도 이 조기개통을 반영한 안내가 나갔지만 정작 이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주 원인은 차량이 완공검사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서라는 카더라가 많이 나돌았고 말입니다. 늘 신규차량이 들어오면 시운전 즈음에서 아주 개판 오분전 수준의 조립품질이나 트러블을 달고 다니는게 예사고, 신규업체들의 경우는 경험까지 일천해서 정말 난장판이라고 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2년 넘게 납품지연이라는 사고를 친 업체가 이 차량 제작을 했던지라, 납기지연 문제도 상당히 있던게 아닌가 의심도 들고 말입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관리가 이루어졌는가… 라는데까지 의심이 닿을 수 밖에 없을겁니다.
하지만, 서해선 관련한 찐빠와 졸렬은 간선구간으로 넘어가면 더더욱 노답에 가깝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1km 남짓한 전철과 간선구간의 연결을 신안산선 사업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당초에는 USKR이라 불리던, 테마파크 연계교통 사업을 명분으로 조기에 사업실현을 하겠다고 잡아넣은 건수였던 걸로 아는데, 역으로 신안산선 쪽의 진행이 서해선 이상의 난장판이 되면서 사업이 대폭 순연되어, 개통시점이 2025년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정작 홍성에서 송산까지의 서해선 간선구간의 공사는 일전에 근처를 지나면서 보니 전차선 가설까지 다 되어 있는, 사실상 완공 상태에 근접해 있음에도 2년여를 설비를 방치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된겁니다.
물론, 저걸 개통하면 흔히 속되게 말하는 송산고자 각이 날카롭게 서기는 합니다. 연계교통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송산에 EMU-260을 시종착 시켜야 한단 이야기니 말입니다. 심지어 이게 장항선 직결운전을 해야 하는데, 정작 장항선 홍성에서 대천 사이는 광천 일대 구간이 전혀 진척이 안되서 운행이 불가능해서, 중부내륙선 이상으로 파탄난 영업이 될 상황이기까지 합니다. 이럴바엔 안하고 연기하는게 낫기는 합니다만, 그럴거면 진작에 사업 진척을 정리하던가, 아니면 저 신안산선의 비월선 구간을 일찌감치 정리라도 하던가 했어야 할겁니다. 이쯤 되면 사업관리라는 게 존재하기는 했는지까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랄까.
뭐 여기에 신안산선 민자사업으로 건설하는 송산기지의 관할권 문제라던가, 선로공용에 따른 설비 조정 문제, EMU-260 운행이 결정되어 있었음에도 가장 대수요처 각이 날카롭게 선 소사역이나 분명히 문제제기가 나올만한 월판선 교차역인 시흥시청역은 설비를 제대로 안갖춰서 정차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든 점이라던가, 또 해묵은 이야기지만 신안산선에 EMU-260운행을 원천 봉쇄해버려서 시내 접근성을 박살내버린점 등등 정말 난장판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이젠 전구간이 영업을 하게 되니, 이젠 시설 차원에서 개량도 난감하게 될거고.
이쯤 되면 정말 주무부처나 국가대리기관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정도로 사업에 대한 이해도나 기본 방침이 없을 수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원래 공공행정 바닥이 전문성을 쌓을 만 하면 인사발령 돌려서 전문성을 리셋시키기 일쑤라고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그 자체랄까. 이런 사업 진행의 찐빠가 전반적으로 나온다면 그냥 단순한 역량부족 정도로 치부를 하겠지만, 웃기는건 또 GTX-A라던가 수서광주선이라던가 여주원주선 같은 강남 나으리들 카르텔™의 이해에 닿은 노선들은 이와 정반대로 공정을 쭉쭉 단축하겠다고 벌벌 달뛰는 꼬라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건 악의가 다분히 깔린 "선택적 무능"이 아닌가 라는 의심까지 듭니다. 100년 대계는 커녕 오늘만 사는 수준의 사업관리를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으니,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바꾸어야 할 존재가 어느쪽인지 의문이 안들 수가 없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