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전일보에서 어디서 뽀찌를 줏어먹고 물을 켜는지 오늘 서울역이 후지다 도쿄를 봐라 까리하지 않냐는 일빠들 단골 레퍼토리를 들고 와서 난리를 치는 모양입니다. 거 삐까번쩍한 역전개발은 저기 량리나 용산가서 찾아보면 충분한 일인데, 역시 2등신민들이나 다니는 동네만 이쁘장한건 엽전일보 양반들 보기에 영 취향이 아닌가 봅니다.
도쿄역과 서울역은 일단 역사적 경위에서 좀 성립의 여지가 다른게 많습니다. 둘다 일본의 제국주의의 상징으로서 계획 건설된 역이고, 시점만 도쿄역이 메이지 중후반 기획되어 다이쇼 초반에 완공을 보고, 서울역은 그보다 뒤에 계획되어 만철의 돈을 땡겨다 좀 호다닥 올린 그런 그림이기는 합니다. 중앙정거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도쿄역에 비해서, 서울역은 식민지의 수도지만 기본적으로 중앙정거장이라기 보다는 주요도시의 거점역으로 계획된 차이가 존재는 합니다.
그점에서 도쿄역은, 야에스 방향은 애초에 민간 주거나 상업 위주의 도시였지만,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던 마루노우치 방향은 제국주의의 코어로서 작정하고 도시계획 레벨에서 부터 짜맞춰진 도시구역이었습니다. 원래 군경이 상주하기 위해 계획된 매립지 구획이었다가, 이후 미츠비시 재벌이나 체신, 철도 같은 관청들 위주로 당시로서는 굵직한 블럭을 갖춘 사무실 거리로 만들어진 그런 지역입니다. 도쿄역 개업 초인 1910년대에는 해가 넘어가면 인적이 끊어져서 그야말로 귀신이 걸어들어올 거 같은 동네였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블럭의 정비가 잘 완료되어 있어서 다른 민간주거나 상업지처럼 토지 확보 문제로 고층화나 고밀화가 난감한 그런 동네와는 분위기가 좀 다른게 있었습니다.
반면 서울역의 경우 계획적인 거점정거장으로 지어지긴 했지만, 주변은 이미 성저십리에 속해 주거나 농경지가 이미 존재하는 구릉지였고, 심지어 역 부지는 소하천을 낀 부지를 정비해서 확보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역세 주변을 개발하긴 했지만, 입지 자체가 골짜기에 있다 보니 도쿄역 처럼 주변에 관청가든 기업거리든 고층개발을 계획적으로 올릴만한 여건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말입니다. 이런 입지와 지형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쁘게 메가블럭을 만들어 고층을 쭉쭉 올리는 계획이 정말로 도시환경과 지형에 부합하는 개발방향인가는 많은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토건쟁이들과 자본가들이, 정작 역사적 도심과 거리가 멀지만 개발해 먹기 좋은 평지 위주의 용산역 역세에 환장들하는 거고 말입니다.
뭐 도쿄역으로 다시 이야기를 가져와서... 지금의 고층개발, 사실 신바시나 시오도메 쪽이 더 고층의 위압감이 큰 동네에 가깝지만, 마루노우치의 개발에서는 좀 우라가 있긴 합니다. 거기는 좀 특례용적률적용지구라는 특별법으로 도쿄역 마루노우치 역사의 용적률을 "매각해서" 당시 용적규제의 한계를 채웠던 마루노우치 거리의 빌딩들에 추가 용적률을 부여하는 식으로 고층개발을 했었습니다. 사실상의 특혜 부여를 주고, 그걸로 JR이 수익을 먹고 간 그런 케이스인데... 우리나라에서 이거 하자고 하면 민간업자들이 뭔 짓을 할지 많이 궁금해집니다. 거간서고 나으리들이 용돈벌이를 하던가, 아니면 줄과 빽을 동원해서 날로 먹을라고 들던가 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리고 마루노우치 지구의 개발에서 종종 도시빠들이 자랑하는 규제중 하나가, 파사드 규제입니다. 흔히 100척 룰이라고 하는 건데, 과거 메이지 이래 30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일괄 규제하던 건축법령으로 생긴 지역의 스카이라인을 따라 해당 지역의 건물들은 저층 파사드 부분을 31미터 선에 맞춰 기획을 쭉 하는게 있습니다. 좀 더 공격적으로 기존에 자리해 있던 구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기까지 하는 사례도 존재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역사구획적인 느낌이 나도록 일종의 민관합동에 가깝게 지키는 룰이 꽤 엄격하게 잘 지켜지는 편입니다. 뭐, 이걸 안지키다가는 황거 코앞의 공식행사가 자주 도는 그동네 분위기상 불경한 뭐시깽이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기도 할거고. 용적같은데서 나름의 이득을 얻은 만큼, 그만큼 공공에 뱉어내고 부담해야 하는 요소들이 그만큼 있는게 그짝 개발의 분위기라 할겁니다.
한국적 풍토, 그러니까 재개발 재건축 사업 신나게 돌려먹을땐 닭장을 만들던가, 아니면 철저하게 블럭을 외부자로부터 격리하느라 바빠서 전체 도시풍경이나 시민사회에의 기여따위는 족구나 하라 그러시는 디벨로퍼들 투성이에, 오피스 개발을 하려면 정치나 관청에 일단 카펫을 깔고 시작을 하고, 그렇게 약을 쳐서 도시의 역사나 사회에 기여따위는 철저하게 걷어차고 이익의 극대화에 매진하는 업자들이 잘나가는 환경에서는 달달한 용적률만 빼먹고, 거기에 따르는 의무는 공공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갈게 뻔한지라 그걸 왜 받아줘야 하나 라는 문제가 따라붙습니다. 용산전자상가의 상업가, 전자거리로서의 역사따위는 내 알바가 아니고, 후암동 너머 해방촌까지 이어지는 민중사나 빈민문제는 니들이 알아서 정리해라, 그리고 그 지형선을 따라 생기는 경관은 메가블럭으로 골목과 공로를 없애고 고층으로 쭉쭉 올려먹는 개발로 입거자들이 해먹게 해서 내가 꿀을 빨겠다는 걸 왜 들어줘야 할까 싶습니다. 여기에 가뜩이나 지방과 서울의 격차 문제가 따라오는 상황에서 서울에 계속해서 투자를 누적하고, 그걸로 인해 도시문제가 생기니 다시 공공사업을 계속 땡겨가는 빈익빈 부익부 문제까지 가면 더 엄격한 용적 규제를 가하고, 도로나 공공인프라 부담의 추가 같은 걸 안거는게 공공선에 기여하는 방향이 될거라 할겁니다.
뭐... 이러나저러나 자본의 힘이 공공의 논리를 압도하는게 작금의 풍토고, 그 공공선을 대변할 나으리들은 자기들의 계급적 이익에 아주 충실하게 된지 오래니 결국 어떻게든 비틀린 방향으로 고층개발이 관철되고 끝날거라 봅니다. 그런데 견강부회하는 소리 가져다 댈거면 좀 잘좀 가져다 대고 해라 그 말은 좀 하고 싶달까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