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게 이번 수해 상황의 운전정리를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는 꽤 적확힌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괜히 국철 근성으로 어떻게든 차를 넣어 굴리느라 욕먹고 까이고 꼬이고 막히고 멱살잡히느니, 깨끗하게 안되는 놈들은 다 죽여버리고 통제가 잘되는 놈들만 놔둔다... 사실 상당히 과격한 정리방법이지만,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인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라면 극약처방으로 꽤 유효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뭐, 국토부 나으리들이 그렇게 고나리질 양념질을 해댔고, 마침 위에서도 과도할 정도로 대응이라는 지침을 줬으니 취급하는 그대로, 또 문언 그대로 한 거고 말입니다.
사실, 하고 싶어서 전면운휴를 한건 아니기는 할겁니다. 상황악화 때문에 긴급하게 무궁화호 열차를 도중 타절시키고, 회송으로 입고를 시키려다가 재난을 당해서 그야말로 전일 운휴가 강제될만한 피해가 생겨버린 판이니, 이렇게 된 거 깔끔하게 컷 오프를 한 거라 보면 맞을겁니다. 여기에, 하필 피해대역이 충청도와 경북지역이다 보니, 수도권과 남부지방을 연결하는 일반선로들의 크고작은 피해가 상당히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기까지 합니다. 장항선이나 영동선, 충북선은 재작년 수해에서 괴멸적이다시피한 피해를 당했던 전적이 있었고, 또 대역에 중부내륙선과 경북선이 걸쳐져 있기까지 합니다. 또 호남선 서대전~익산 구간은 1910년대 공사당시부터 수해를 입어 공사현장의 막대한 피해가 생긴것 부터 시작해서, 이후로도 종종 풍수해를 입는 선로로 기록이 구구절절하기도 합니다. 이건 뭐 피해갈 구멍이 없다시피 한 그런 판국이었달까 그렇습니다.
여기에 좀 더 초유의 사태가 하나 더 있었는데, 고속선 쪽에서도 일부 피해가 있었다고 하는 카더라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행운전이 상당히 걸려있고, 그걸로 인한 연쇄까지 줄줄히 생겨서 그나마 운행하는 고속선 쪽도 지연과 파행이 일부 생기는 그런 판국이기도 합니다. 물론, 적절히 운휴를 잘라넣었기 때문에 그나마 여력을 활용하는게 가능하고, 그런대로 늦으나마 운행이 유지가 되고 있긴 한 모양새입니다.
일단 워낙에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또 죄다 서울 일극으로 집중되는데다, 경부선과 중앙선 두 축에 모든 교통이 집중되는 현재의 간선 체계 하에서는, 아마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직결루트가 이래저래 생기고, 열차 빈도가 늘어나게 된다면, 지금처럼 크리티컬한 다발성 사고나 재해가 생길 경우 지금과 비슷한 전면 운휴를 회피하기가 많이 어려울거라 봅니다. 따라서, 운전정리도 앞으로는 안되는 노선은 확실히 구간반복과 운휴를 배합하여 빠른 솎아내기를, 만약 다발성이라면 말 그대로 철저하게 살릴 수 있는 것만 살려가는 그런 체계로 가는, 국철근성을 버린 좀 비정한 운전정리를 하는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와중에서 광역전철이 다니는 수도권과, 광역전철이 전무한 동해선 이외의 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너무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문제가 생긴 점은 장래 정책에서 교정이 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단기적으로는 EMU-150의 배치가 본격화되면, 구간 운전체계를 이래저래 끼워넣고, 운전정리시에 이런 계통 단위로 컷오프를 하면서 망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복구해가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가능할겁니다. 예를 들어서, 익산이나 광주, 여수에 EMU-150이 배치되어 있고, 서울(수색)과 교호 배차하는 식의 차량운용을 갖춘 상태였다면, 이번과 같은 상황에서 구간운전을 하는 열차들은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 전구간 운전을 하던 자원을 돌려서 두절구간을 낀 양쪽의 구간운전에 충당해 넣는 식의 운전정리를 잡는 것이 가능할겁니다. 물론, 평시에 비해 많이 배차가 비고 이래저래 나빠는 지겠지만, 컨팅전시 플랜을 몇개 마련해 두면 지금보다 더 빠른 정리안을 성립시킬 수 있을겁니다.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시도 정도 단위의 지구 레벨로 광역전철망을 구성해서, 최악의 경우 간선기능을 전면 중지하더라도 중근거리 이용자들이 대체교통수단이나 가용 좌석을 찾느라 창구에 쇄도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대로 기저 서비스를 구성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겁니다. 당장에 대구권이나 광주권은 선로가 멀쩡하다 해도 열차는 전면마비 상황에 빠진 택인데, 만약 경부2단계 개통이나 호남고속선 개통 시점에 적절한 근거리망으로의 심리스 전환을 준비했다면, 지금과 같은 참담한 전면중단을 피할 수 있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은 듭니다.
아직 호우 예보가 남아있고, 17일 내일의 열차운행도 일부만 복귀되었을 뿐 꽤 장기 운휴가 예상되는 구간도 제법 나오는 등 철도에서는 역대급의 피해가 예상되는 중이기는 합니다만, 워낙에 희대의 대응광경을 보고 있다 보니 좀 어중간하더라도 적어 둡니다.
P.S.:
여담이지만, 옆의 사진은 모 SNS에 유포된 사고 기관차의 비상운송 광경입니다. 상당히 터프한, 중량제한은 물론 무게중심도 안맞는 상태지만 어쨌던 편적이 되더라고 적재를 강행하고, 차량한계를 맞추기 위해서 대차, 주변압기, 지붕위기기를 전부 철거해버린 적재상태인데, 저렇게 해서 아마 대전정비단까지 10km이내에 걸친 수송을 한걸로 보입니다. 금강철교 건너는게 살떨리긴 했겠지만, 그야말로 우리가 아니면 못한다, 무리가 있더라도 모두를 위해 해치우고 보자라는 그런 마음가짐의 결과물일겁니다.... 물론 근래의 안전 이슈들을 생각하면 해선 안될거 같긴 합니다마는. 그런데, 사진을 잘 보면 반대편 기관차 차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출처가 좀 많이 궁금하달까 그렇습니다. 이런 이야기하면 또 색출해야하네 어쩌네 이야기가 나올거 같긴 합니다마는, 그래도 이런건 왜 한국철도가 종합적이고 대규모 조직인 상태로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보여줄만한 " 광경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