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철도 예타가 정말 박하게 나오는 구조적 문제가 있고, 특히나 지방 사업으로 가면 정상적인 사업설계로 뭐가 될 수 없는 그런 경향이 분명히 있긴 합니다. 전 정권에서 예타면제를 적극적으로 잡아서 지역 숙원사업 해결을 해준 것도, 이렇게 틀어막히던 장기 미제사업을 정리하는 일종의 낙제생 구제대책쯤으로 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이점에서 보면 이 사업도 꽤 오랫동안 회자되던 사업이고, 어느정도 사전조사가 깔려있는 건 있으니 못할 건 없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이 찜찜하게 느껴지는 두가지 사안은 클리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이걸 “고속철도” 사업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현재 고속철도는 단순히 300km/h까지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노선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건설비를 부채로 충당하고 장래의 영업이익으로 이를 갚아나가는, 일종의 수익성사업을 전제로 한 사업 스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별도의 영업주체를 만들든, 철도공사가 담당을 하든 간에 이 노선을 경영했을때 이익이 발생해야 사업비를 상환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말 그대로 현재까지 공단의 고속철도 사업이 그래왔듯이 부채를 부채로 갚아나가는 부채수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법안 취지 부터가 사업성이 안나온다는 이유로 바이패싱을 박아넣겠다는 건데, 이건 그야말로 자가당착 그 자체라 할겁니다.
또한, 현행 고속철도의 기준속도인 300km/h 운전 자체가 적당한 노선이라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약 200km에 10개역으로 단순평균으로 20km 역간이며, 공용구간 등을 좀 더 빼고 180km거리에 9개 역으로 카운트 한다 쳐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정도 역간거리면 300km/h운전시의 최적인 30~40km 역간에 많이 못미치고, 약 200km/h운전 열차에 적합한 수준이라 할겁니다. 좀 변칙적으로 역을 잡은 장수나, 아마도 명분상 잡아넣을 수 밖에 없을 달성역 정도를 감안한다면 이 역간은 더 단축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여기에 노선 속도를 낮춰서 150~230km/h정도 대역에 맞춘다면 역 입지를 좀 더 시가지에 근접시킬 수 있어, 지역 균형개발이라는 명분에 더 부합할겁니다. 또, 이런 조건에서는 각역정차에 가깝게 열차 숫자 대비 정차역을 맞추는게 바람직할거라, 구태여 300km/h운전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둘째는, 일반철도 사업이되, 시행시점을 당기는 조건으로 간다면 사업의 합리화를 위해서 구간별 정비, 부분복선화 정도의 건설 조정은 용인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이 사업은 단독 사업이 아니라, 광주선의 개량, 전라선 및 대구산업선 일부구간 공용을 포함하고 있고, 이는 달리 말하면 간선 외에 일부구간에서는 광역철도 기능을 포괄해야 한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공용구간이 될만한 대구산업선 중 서대구~달성군청 구간은 현재 사업시행시에 복선화를 반영하고, 광주송정~광주~남원 간은 복선으로, 나머지 구간은 단선으로 정비를 하는 식의 합리화 조정이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경전선 복선전철화가 상당구간 진척이 되어 있어서 잔여사업인 광주송정~순천간의 서부 경전선만 고속화 개량만 적시에 완수된다면 광주와 대구 및 부산간의 준고속철도 운행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우회 운전이 되기는 하지만, 대신 남해안권의 주요 인구집적지이자 장래 교통결절점이 되는 할만한 순천, 진주, 창원을 지나기 때문에 수요조건 면에서는 저 내륙노선에 비할바 없는 호조건이라 할겁니다. 따라서 이 사업이 있음에도 일종의 병행선을 강행법규를 걸어 건설한다면 그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는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이런 사업진행은 정말 예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많은 숙고가 따라야 할 일이라 할겁니다. 지방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6, 70년대 온갖 “지잡선”과 “정비신간선”을 남발했던 일본의 경우 그걸 정리하기 위해서 건설비의 몇배는 우습게 넘는 재정을 민영화 이후 수십년에 걸쳐서 부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 때문에 JR내에 남겨진 노선은 신간선이나 도시노선으로부터 내부보조를 사실상 공인하고, 그조차 어려운 막장 노선은 아예 일정수준의 교부금을 붙여 지자체 제3섹터로 이관해서 거기서 돈을 태우든 말든 던져버리는 조치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또, 그렇게 예산을 불살랐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이 활성화 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한게 현실이고 말입니다. 이번 사업은 철도망의 커버리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그나마 대도시 둘을 꿰어 소도시를 연결하는 사업이니 그정도로 무저갱은 안될거라 생각은 듭니다만, 사업성이 아닌 정치적 타협으로 국가사업이 결정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저 열도개조론 광풍이 남긴 토건 망국은 그리 멀지 않을겁니다.
뭐, 이미 가덕도신공항이나 대구권신공항같은 공항사업은 국고의 재앙으로 가는 각이 잘 선 판이기는 합니다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