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래저래 시끌한 한일관계라 좀 그렇지만, 내일자로 오래 끌고오던 우츠노미야시의 LRT노선이 개통을 볼 예정입니다. 일본에서는 기존선 재활용 차원의 트램은 여럿 존재하고, 이런 노선의 연장선 형태로 신규 건설이 일부 있기는 했지만, 우츠노미야LRT는 전 구간을 새로 건설하는 드문 케이스의 사업입니다.
사업 자체는 꽤 논란이 있던 케이스인데, 일본의 지방도시들은 도로 여건이 애매한 경우가 많았고 우츠노미야시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인구 50만을 조금 넘기고, 신간선의 정차역이나 도쿄권 통근전철의 종착지로 이름이 그런대로 알려진 지방 도시인데, 마침 여기엔 혼다 공장을 비롯해 교외에 공단이 비교적 활황이었고, 그래서 시내에서 공단지역까지의 교통사정이 그리 좋지 못해서 교통체증이 상당히 심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AGT나 일반 철도를 유치할 만한 체급은 못되다 보니, 그 대안으로 LRT를 도입하는 걸로 결정을 했는데 우리나라의 트램 사업들과 비슷하게 굉장히 꾸준하고 강한 반대 여론이 있었고, 이게 정치 안건으로까지 비화되어서 실제 구상에서 실현까지 20년이 넘게 걸린 그런 사업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시장이 그런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재임한 덕에 끌고올 수 있던 그런 사업이랄까 그렇습니다. 뭐 이런건 국내의 논란에 비교하는건 또 정치적 지형이나 사업기획의 형태가 다르니 그냥 참고사항 정도로나 봐두면될 일이고.
사실 주목해 볼 부분은 시설 구성 쪽입니다. 총연장 18km 정도의 노선으로 통상적인 LRT로서는 꽤 길쭉한 편의 노선인데, 그래서인지 최대한 운행속도를 담보할 수 있도록 시가지를 벗어난 구간에서는 전용궤도로 다니는 구간이 많은 편입니다. 또한, 공단 지역에서는 도로 구조를 바꾸거나, 예비용의 녹지를 활용해서 도로 측부에 복선을 모두 몰아서 설치하는 방식으로 도로 교차를 최소화한다거나, 간선도로에서 도로중앙축으로 넘어가거나 좌/우회전으로 합류할 경우 교통분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가 입체교차를 적용하는 등의 조치를 많이 취해두고 있습니다. 즉 교통량에 대한 정밀한 평가를 기초로, 교통류에 영향을 덜 주고 동시에 열차의 운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서는 시설투자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두는 그런 조치를 해둔겁니다.
또한, 시내구간에서는 병용궤도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차량과 혼류하지 않고 교차로에서만 직교하는 형태로 배선을 계획해 둔게 보입니다. 물론 전부 입체교차하거나 직교할 수 없다 보니 일부 전용의 신호로 횡단하거나 하는 지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노면은 공용하되 교통류는 분리하는 그런 조치를 최대한 취한걸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보통의 노면전차라면 일정 구간마다 예비 건넘선을 두거나 해서 비상시의 반복운전을 대비해두거나, 별도의 유치선을 설치해두거나 하는 경우도 있는데 병용구간 연장이 그리 길지 않고 혼합류를 피해서 운행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봤는지 이런 건넘선 설치가 거의 없는걸 볼 수 있습니다.
그외에 재미있는건, LRT임에도 급행운전을 대비해서 대피선 시설을 설치해 둔 곳이 있다는 점입니다. 시내구간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니 못했지만, 외곽 공단쪽 구간에서는 측부 배선을 해서 부지 확보가 용이한 곳에 상선과 하선 정류장을 분리하고, 여기에 대피선 및 건넘선을 확보해서 구간반복 내지는 급행운전을 예비해 두고 있습니다. 캐논 공장 사이에 위치한 그린스타디움 정거장이 이런 배선구조인데, 이런 LRT사업의 배선례로서는 꽤 참고해볼만한 그런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운임이나 이용객 규모가 얼마나 나올것인지, 운영상의 난점 같은게 어떤게 나올지는 좀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래저래 사업이 잘 돌아간다면 토야마 라이트레일 사업과 함께 우리 나라에서 진행중인 트램 사업에서 참고할 만한 포인트가 많은 그런 노선으로 꼽을만 하다고 봅니다. 물론 LRT 컨셉이 많이 쓰이는 미국 도시들의 사례가 꽤 많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접근성 면에서는 간단치 않고 도시구조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지라, 그나마 가깝고 지방 및 도시행정에서 비슷한 데가 많은 일본이 참고하기엔 그런대로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