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에는 과거 E1, E4계 같은 전 2층 차량이 운용된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E4계가 2020년쯤에 조에츠 호쿠리쿠 신칸센에서 운용되다 퇴역했다고 하니, 생각보다 근래까지 다녔다고는 하지만 이래저래 운용상의 난점이 많아 정기운용에서 이탈은 꽤 일찍 나버린 케이스라 이미지가 많이 옅어진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애초에 신칸센의 "메인"이라 할만한 도카이도, 산요 신칸센 구간에서는 볼일이 없는것도 꽤 크고 말입니다.
일단 이 이전에도 100계 차량 중에 이른바 "그랜드 히카리"라 부르는 부수차 4량을 2층화한 16량 조성의 편성이 운용된 바 있습니다. 일반의 100계도 2량의 2층차가 들어가긴 했지만, 작정하고 4량까지 늘려놓은 편성을 그렇게 불렀다던가. 노조미 등장 이전시대의 이야기라서 등장시점이 벌써 30년이 넘어가는 이야기긴 합니다마는. 당시에 100계가 꽤 난항을 거쳐서 개발된 차량이다 보니, 좀 더 이미지 개선을 적극적으로 해야했던 사정도 있고, 또 당시 민영화 추진이라던가, 경제적 분위기라던가 이런것도 있어서 일종의 쇄신책 비슷하게 개발되었다 할겁니다.
E1, E4계가 도호쿠 신칸센의 영업환경상 의외로 통근 수요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보니 이에 대응해서 일단 좌석이 열악해지더라도 최대한 승차정원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서 2층차를 도입한것이라면, 100계 그랜드히카리 차량은 반대로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서비스 공간을 추가 확보하고, 좌석 수도 공간을 깎아먹지 않으면서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진 감이 있습니다. 실제로 2층화 하면서 1량을 면적을 상당히 확보한 매점과 식당으로 충당하고, 애매한 1층 부분을 지정석으로 두면서 좌석을 2+2 구조로 넣어주거나 컴파트먼트를 설치하는 등 당시로서도 꽤 호화사양을 자랑했던 바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시도가 계속 이어지지 못한건 워낙에 과밀 기반으로 운용되는 신칸센의 운행여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겁니다. 일단 이들 차량이 등장한 후에 세대교체되는 차량들은 더 고가감속, 고속도를 자랑하는 편성들이 등장했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둔중한 2층차 편성들의 운용이 상당히 어려워지는 그런 상황이 도래하게 됩니다. 일단 최고속도가 다르다면 대피를 빈번하게 해야 한다거나, 후속의 더 고속도 운행을 하는 열차와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해야만 해서 배차간격을 좁히는데 한계가 생긴다거나 하는 문제가 따라오게 되고, 그래서 결국 운용을 계속 축소 일변도로 가져가게 됩니다.
여기에 차량운용의 어려움도 있는데, 2층차는 기본적으로 일반 1층차량보다 정원이 많고 좌석 배치가 다르기 때문에, 뭔가 트러블이 생겼을 경우 대체편성을 투입하려 해도 동일한 차종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즉, 예비차를 추가로 더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2층차를 더 확보해서 1층차의 대체까지 2층차가 하면 안되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좌석배치가 달라서 매번 안내가 수반되어야 한다거나, 앞서말한 차량성능의 문제로 원래의 시간대로 주행하는게 불가능해서 이후 반복운전에서 계속 지연이 쌓이게 되어 수습이 안된다거나 이런 문제가 따라오게 됩니다. 뭐, 휠체어 좌석 배치 문제나, 특실 호차 배치, 객실내 서비스 업무 설계 등등 이런것도 다 엉키기 좋으니 역시 수지타산이 안맞게 되어버린달까.
그럼 동력성능을 맞추는 차량을 만들면 되는게 아니냐 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신간선 차량들은 MT비가 12M4T 정도로 2:1을 넘어 거의 3:1에 근접하는 상당한 동력차 비중을 가지고 있고, 이나마도 700A계 정도쯤 오면 유니트화에 따른 차종 단순화가 신형차량의 특별한 강점이라 할만큼 전통적으로 M차의 기기배치가 방대하고 복잡한걸로 악명(?)높기까지 합니다. 즉, 단순한 전장품의 용적만으로도 12량분의 차량하부공간을 다 쓰고도 모자람이 있다는 이야기인지라, 이걸 아무리 차량 단부에 캐비넷 형으로 쟁여넣고 한다 해도 2층화 하면서 사라지는 차량하부 공간 용적을 대체할 만큼은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근래 SiC소자 사용으로 부피를 상당히 줄여서 리튬이온 전지팩을 설치할 수 있게 되네 어쩌네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2층화를 할 만큼의 상황이 되었을지는 아직 미지수랄까 그렇습니다.
여기에 또 걸리는 부분은 M차의 중량이 알루미늄 베이스로 만들어진 E4계 정도쯤 되어야 52~56톤 정도, E1계 시절엔 60톤을 넘기는 자중을 가진 경우까지 나왔다는 점입니다. 도호쿠 신칸센 계통은 강설대책 등으로 개통초부터 차량이 상당히 무거웠던지라 축중문제가 적었고, 도카이도 신칸센도 100계 2층차량은 56톤까지 나가니 그정도로 중량문제가 심각한 요소는 아니었던것 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이들 노선들이 220~240km/h시절에 저 중량을 허용했다는 점입니다. 현재처럼 270km/h(도카이도), 320km/h(도호쿠)까지 최고속도를 끌어올리고, 도카이도 신칸센은 심지어 차체경사장치까지 허용해서 곡선속도를 끌어올리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무게중심이 상당히 높고 축중도 높은 2층차를 굴리는건 선로에 가해지는 부하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안그래도 16톤 축중이상은 안되네 어쩌네 하는 비교적 중량규제가 심한게 신칸센의 인프라인지라.
그럼 TGV는 왜 되는데라고 묻는다면, 여기는 애초에 동력집중식이어서 2층차나 1층차나 주행능력의 차이가 극단적인 것도 아닌데다, 과밀 시각표를 위해 차량을 극단적인 고가감속 사양으로 만들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쌩으로 만든건 아니어서, 듀플렉스 모델에서는 빡빡한 축중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 차체의 알루미늄화를 시작으로 엄청난 경량화노력을 들였고 그래서 기존의 1층차와 혼합운전에 문제가 없는 그런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겁니다. 또 관절대차와 저상승강장 덕분에 공간의 유효활용에 상당히 유리한 여건을 가졌고, 주행중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서스펜션에 신기능을 덕지덕지 안발라도 되는 기계적 특성면에서 우위도 가져갔던게 있었습니다. 신칸센 차량들 처럼 3.4m 폭에 높은 차고, 거기에 차량하부에 기기를 배치하지 못하는 핸디캡 까지 있어 서스펜션에 엄청난 공을 들여야 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기술적인 난이도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간 면까지 있고 말입니다.
뭐 궁극적으로 영업 일선에서 본다면, 도카이도 신칸센을 빼면 과밀 문제가 많이 완화가 되었고, 장거리 통근 문제도 버블 붕괴와 함께 희석이 된 덕에 2층차를 꾸역꾸역 굴려가면서 대응해야 할 유인이 줄어들은게 크기는 할겁니다. 그럴바에 고성능 차를 많이 고밀도로 투입하는게 낫다는 판단도 깔려있을거고 말입니다. 서비스 품질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과거처럼 식당차 같은걸로 추가 수익을 거두는게 인건비 압박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부담할 만큼 이용객의 주머니 사정이 호락한 시대가 아니게 된 것도 있어서 어려워진 감도 있고 말입니다. 애초에 물품 구비나 가격, 품질면에서 한계가 명확한 차내 식당이나 매점이 역구내 매장이나 역주변 상점가를 이기는 건 무리기도 했고 말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적 환경과는 좀 다른 여건이 있고, 차량의 기반기술도 좀 다르다 보니 부수2층차 같은 모델은 좀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식당차 같은 모델은 이미 끝장나긴 했지만, 좌석지정 기반이다 보니 승차정원을 초과해 태우는 경우가 주말이나 RH엔 비일비재한 감이 있고, 이들이 차량 단부나 통로를 점거하는 상황은 쾌적성면에서 문제를 야기하기 좋다 할겁니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아예 무궁화의 카페칸 처럼 적극적으로 이들을 유인할만한 서비스 공간을 적극 확보해서, 탄력성을 가지는 수송능력을 배양해두는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장래에 인구감소와 수요감퇴가 닥쳐오면 이 공간이 남겠지만, 그때는 좀 더 다양하게 활용방안을 찾아보면 될 일이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