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조금 더 일찌감치 대안을 찾거나, 도시철도 사업이든 광역철도 사업이든 기존선 활용형으로 접근해서 역 개량과 2량 통근형 전동차 투입이라는 대안을 모색했다면 심리스한 연계가 가능했을거라 생각이 되는데, 돈도 안되는 사업 그리고 귀중한 지방예산을 쓰는 사업으로 이런데서 적극성을 가지긴 어려웠다고 생각이 듭니다. 마침 광주2호선 건설사업이 도는 현 상황에서는 재정적인 압박을 피하기도 쉽지 않을거고 말입니다. 근간에 대전이나 대구가 광역전철을 해서 어느정도 화제성이 생기면 재시도를 해볼만 하겠지만 지금봐서는 별 의지가 없는 분위기니 그대로 한때의 이야기거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각에서 달빛철도 건설을 하면서 시 외곽으로 크게 돌리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당장의 소요를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으로 대체한다는 건 난감한 이야기기도 한데다, 과연 그렇게 이전해 나가면서 도시계획이나 연선 개발에서 이걸 유효활용하도록 적시성 있게 판을 짤 수 있을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미 인구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신규택지를 대규모로 추가공급하는게 얼마나 지속가능한가도 모르겠고, 기존 시가지를 버리는 화전민적인 도시 구상이 적절한가도 모르겠고 말입니다.
다만 이런 사업 정리를 보면서, 장래의 여객수송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가 고민이 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셔틀화 라는 구상은 꽤 오래되었고, ITX-마음 차량이 들어오면서 어느정도 자리매김이 되어갈거라 봅니다. 하지만, 이걸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그냥 기존의 무궁화 새마을이 다니던 서비스를 좀 더 정리해서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을거고, 지금에 비해서 사업수지나 수송수요 면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거라 봅니다. 여기에 과거 무궁화가 커버하던 단구간 서비스들이 사라지면서, 2000년대 이래 지속되어 온 근거리 위주의 기반 교통 없이 고속 장거리 교통만 굴러가는 "다리없는 철도"라는 상태는 더더욱 강해질거라 봅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렌터카나 자차에 의존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그래서 정작 도시간 교통이나 인근 거점도시로의 교통에서 철도의 역할이 축소되는 현 상황을 방치하는게 올바른 방향인가 라는 점에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더욱이, 각지에서 이야기되는 광역전철 구상들에서부터 시작해서, 신규 건설되는 평택선이나 현재 방기되는 광주선, 그리고 공사가 진행중인 교외선 부활 같은 것들은 이 ITX-마음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커버가 되기 어려운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거리 수송이라 현행 운임제도로는 커버하기 어렵다거나, 정차역 간격에 대응하기엔 너무 고사양이라거나, 또 비전화 단선이라서 맞는 차량이 마땅찮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영역은 광역전철을 확장해 가져오면서 대응하는게 맞을건데, 무임수송 의무라던가 AFC를 비롯한 굉장히 고규격의 설비요건을 요구하는 점이라던가, 또 적자보전 문제로 책임을 가져가기 싫은 운영사나 정부의 입장때문에 손 밖에서 굴러가고 있는 점이 아쉽다 할겁니다.
무임수송 제도는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라 별론으로 하더라도, 일단은 일반철도수송과 광역전철 사이의 갭을 제도적으로 메꿔주는 틀이 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환승할인부터 시작해서 복잡한게 많지만, 좀 편법적으로 광역전철의 차량과 결제시스템, 운전방식을 쓰지만 실제 제도적으로는 통근열차 상당의 일반열차로서 투입하는 그런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래가지고는 도저히 흑자가 나올 수는 없으니, 누군가의 보전 책임을 부과하기는 해야할겁니다만서도.
어차피 이 역방향으로 간선에 가까운 시스템을 광역의 틀 위에서 굴리는 ITX-청춘이라는 특이사례가 있는 이상, 신제도의 통근열차 역시 불가능하지는 않을거라 생각은 하는데, 아무래도 무임에 광분하는 여론과 이런 식의 편법이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실적획득을 노리는 감사나 시민단체들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또 어찌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제도가 적정한 운임부과 하에서 굴러간다면, 경부선 서울-대전간의 구간 무궁화를 사실상 GTX의 틀에 넣어 굴린다거나 하는 시도도 다양하게 해볼 수 있을거고, 이게 더 편익을 확대하고 철도 이용율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거라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