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평이 좋기 어려운 그런 안건을 꺼내드는 모양새인데, 한창때 300%의 혼잡률까지 찍어봤던 일본에서의 시도를 많이 했었는데, 그걸 기초로 그나마 가능한 방안이라고 시도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 말로를 진지하게 보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일본에서 한참 혼잡문제가 될때 5비차나 6비차, 광폭도어 같은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었지만, 현재에는 구형 차량들을 그냥 쓰는 경우에 일부 남아있을 뿐 현재는 거의 없어진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JR동일본은 도쿄 인근 노선에서 문이 6개 달린 6비차를 연결해 운행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좌석은 혼잡시에 자동으로 접힘 상태로 고정이 되고, 이후 혼잡시간대를 벗어나면 버튼식으로 펼쳐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이었고, 등장 당시에 일본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꽤 격렬했던 그런 물건이긴 했습니다.
이 다비차나 광폭도어의 컨셉 자체는, 좌석을 줄이거나 없애서 입석 정원을 끌어올리는데 그 방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러면서 한가지를 더 넣은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문을 늘려서 입석객의 고착을 가급적 최소화하려고 한겁니다. 문이 많다면 승하차를 위해 사람들이 이동하다 엉켜버리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그만큼 차내 유동성이 확보되어 혼잡으로 인한 부상이나 각종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좌석같이 최대한 엉킬만한 요소는 줄여주되, 봉을 세 갈래로 쪼갠 형상으로 넣어준다거나 손잡이 수를 늘려주는 등으로 넘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최대한 하는 고육책으로서 최대한의 노력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차량들이 없어지게 된건 혼잡문제가 코로나 이전부터 점점 완화되는 추세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걸 위해서 전용의 차량이나 편성을 맞춰야 하다보니 유사시 열차간의 융통이나 운행선 변경을 실시해야 할 경우 문제가 되는데다, 최종적으로 안전문 설치가 결정되면서 완전히 답이 없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에 결국 90년대 이래의 시도들은 포기되었습니다. 또 어떤 면에서는 혼잡개선을 위해 시설 투자같은데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최대한의 수송효율을 뽑는데에만 천착한다는 이미지를 좀 벗어내고 싶었던 것도 있을거고 말입니다.
이번 서울교통공사의 시도는 사실 처음이 아닌게, 90년대 말 즈음에 1호선 차량 중 부수차 하나에 접이식 좌석을 설치해 운용해 봤던 전력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딱 야마노테선 등지의 6비차에 달리던 3인용 접이식 좌석과 디자인이 대동소이하되 좀 길쭉했던 그런 걸로 기억을 하는데, 이후 운용실적이 그리 좋지 못했는지 내장재 개조 즈음해서 없어졌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근래 다녔던 7호선의 중앙좌석식 열차도 이런 혼잡대책으로서 나왔던 디자인 중 하나인 걸로 알고. 이런 방안들을 고려한 끝에 나온것이 아마 이번 시도일겁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아마 썩 좋은 평을 들은거 같지는 않아보이는데, 아예 좌석 전면폐지를 결정한 이번 결정도 평가는 그보다 좋기 어려울거라 봅니다. 내가 앉지 못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운이 좋으면 앉을 수 도 있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없어지는게 이래저래 안좋은 방향이랄까.
하지만 사실 이 혼잡 대응 외에도 개인적으로 이걸 하려고 하는 이유가 좀 숨은게 있지 않나 싶은데, 바로 지하철 물류일겁니다. 한 10년도 전 부터 모델을 이래저래 바꿔서 한번씩 나오던 이야기지만 실제 소규모 실증시험 이상까지 간 적은 없는 그 사업인데... 좌석을 철거한 차량이라면 이런 물류용의 롤테이너나 자동화된 전동 카트 같은 것들을 집약해 쓰기 좋은 여건이 확보가 되는거라, 아마 겸사겸사 이런 시도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나름 장거리 노선이고, 4호선이라면 안산과 창동, 그리고 장래 진접에, 7호선 쪽은 의정부와 광명에 기지를 가지고 있어서, 인프라 면에서 어느정도 그럴싸한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 연결선을 쓴다면 3호선 지축과 수서, 6호선 신내도 쓸 수 있어 보이고. 다만 전동차 물류라는게 지금까지 나온 모델을 보면 수익대비 노동생산성에 문제가 있던가, 트럭에 비해 어떤 메리트를 명확히 주는 게 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잘 되서 확산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