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물밑에서 갑론을박이 수면하에서 꽤 있었던 모양인데, 이번에 시설 유지보수의 철도공사 당연 수행 의무 관련해서 결론을 내보려고 피치를 올리는 걸로 보입니다. 대충 이것과 관련된 맥락은 이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될겁니다. (링크)
여기서 이 철산법 제38조 조항이 생겨난 이유가 상하분리 과정에서 시설부문의 고용불안 문제가 첨예한 노사대립의 단초가 되자 이걸 해소하고자 만들어졌다 할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설, 정확히 말하면 시설과 전기, 신호 등의 각 유지보수 업무들은 기피업무인데다 현업 경시는 지금이상으로 그때가 심했고, 그래서 자회사나 외주화로 대거 전환될게 명백해 보였기 때문에 이걸 법적으로 의무부여를 하는 식의 명문화를 넣은 것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한가지 이유가 더 있었는데, 인명사고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KTX 개통 직후에 과거의 좀 느릿하고 시끄러운 디젤기관차에 익숙해 있던 시설작업자들이 조용히 빠르게 오는 KTX에 사상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래서 열차 운행중인 선로 위에서 안전관리가 상당히 민감한 이슈가 되었기에 운행업무를 수행하는 쪽이 시설 유지보수를 담당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있었습니다. 근래에도 시설 작업자들이 운행하는 열차에 변을 당하는 경우가 간헐적으로 나오는지라, 작업통제를 일원적으로 할 필요성 자체는 남아있다 할겁니다.
특히나 작업통제 관련해서는 외주 작업의 문제가 꽤 있는데, 공공부문에서 외주공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중 하나가 공기 단축이나 비용절감, 편의를 위해서 이른바 안전관리에서 “가라”를 친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페이퍼워크로 안전관리를 다한양 떠드는 공공부문의 행태가 그걸 만드는 면도 꽤 있지만, 안전관리를 적당히 싸게 해서 인공수를 빼먹어 이익을 늘리는 쪽으로 행태가 흘러가는건 외주작업의 필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도 이걸로 인명사고가 나지만, 막말로 “한방에 훅가는” 철도 현장에서라면 외주화를 늘리고 비용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단 이야기는 피로 돈을 벌겠단 이야기랑 그리 다른 이야기가 아닌지라.
여기에 외주화가 진행되어 직영 인력의 역량이 크게 줄면 그만큼 외주 사업자의 사업관리 상태에 휘둘린다는 문제가 따라오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가면, 발주된 유지보수 과업이 금액이 맞지 않아서, 인력 수급이 곤란해서, 행정절차가 완료되지 않아서, 그냥 다른데서 수주한 공사가 더 급해서, 자재나 장비를 끌어다 대는데 좀 스텝이 꼬여서 발주공사를 딜레이 시키는 경우가 속출하고, 이게 유지보수 처럼 완급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 현장에서 나타나다가는 이른바 부실화되는 그런 상황이 나타나게 될겁니다. 막말로 레일 손상이나 도상 침하가 심하다고 신고들어와서 외주 사업자에 발주를 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장기지연되거나 아예 질질끌다 사업을 포기해서 발주 사이클을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하는 지랄같은 상황이 자주 재연될거고, 그런식으로 방구가 잦으면 똥이 나오듯이 분명히 사고가 따라오게 될 겁니다.
사실 당장에 올해 강우피해로 발생한 영동선 두절이 아직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 걸 보면 이런 관리태세의 문제가 여실하지 않나도 싶습니다. 같은 시점에 피해를 입은 다른 구간들은 전부 개통이 되었고, 장기공사로 같이 넘어간 충북선은 예정대로 2주만에 복구가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동선은 여건이 그만큼 안좋은 탓도 있겠지만 예정되었던 9월을 넘겨 내년까지 넘어갈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열차를 굴리고 일선의 이용자와 맞닿아 있는 운영자 입장에서는 장기운휴는 아주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시설 관리자 입장에선 공사 자체를 잘 관리하는게 중요하지 어차피 발생한 장기운휴니 딱히 신경쓸 이유가 없는 그런 마인드의 차이가 있을겁니다.
각 유지보수 업무를 시설관리자가 가져가게 되면 시설 생애주기 동안 일관된 관리체계를 구성해서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건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다만 그렇게 말하더라도, 보통 시설물은 건설단계에서 사용 단계에서의 손바뀜은 늘 따라오게 마련이고 이건 어느정도 불가피한 영역이기도 한데다, 또 이런걸 전제하지 않고 쓰는 건물들이 나중에 보면 도면이나 문서화가 부실하더라 라는 경우도 있으니 반드시 이게 좋은 것 만은 아니기는 합니다. 사실 지금의 문제는 일제때나 교통부, 철도청 시절까지 100년에 걸친 리거시 문제가 있는 경우인지라, 일관 관리한들 뭐가 얼마나 바뀔것인가 의문이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게 “핏값”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가라고 물었을 때 시원하게 대답을 할 수 있는가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철도공사가 수행하는 체제로 가야하는 건 아니지만, 이 조항을 어설프게 풀어놓으면 그 후과는 장기적으로 피로 되갚음을 해야 할거라 봅니다. 물론 그때가 되면 이걸 풀어놓은 높으신 분들은 어디로 가고 없을거겠지만 말입니다. 다만, 열차운행관리와 실제 유지보수 담당자가 일치하지 않는 곳들은 개선이 필요하기는 한데, 이건 간선 열차와 연계 운영되지 않고 야간 집중보수 형태로 운영되는 광역철도 구간에 한해서 실질 운영사 또는 관할 지자체의 소관으로 풀어놓는게 맞을거라 봅니다. 애초에 이 문제가 진접선이라는 4호선의 연장구간인데 유지보수를 서울교통공사가 인수하지 않고, 지자체인 남양주시가 받을 수 없어서 철도공사가 멀리 월경지에 해당하는 이곳의 유지보수를 하고 있는데서 생겨난 문제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