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다열차가 처음 등장할 당시, 2007년에는 통근형 디젤동차, 이른바 CDC차량은 잉여차이자 성능이나 설비면에서 한계가 컸던 그런 차량이었습니다. 2004년에 KTX개통과 함께 객차형 통일호가 전폐되었는데, 그 전까지 CDC는 니가타 동차라고 통칭되던 액압디젤동차와 함께 최하위 등급, 그러니까 비둘기호나 통일호를 전전하던 차량이었습니다. 당시의 운행선구는 기억나는대로 적으면 경의선, 경원선 말단, 교외선(2004년 폐지), 군산선 및 전라선 일부, 경전선, 진해선, 대구선 및 동해남부선 포항, 그리고 제철선이라 불리는 포항~괴동 계통 까지 정도의 지선 계통 위주로 투입되던 그런 열차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노선들이 전철화나 KTX운행확대, 운영합리화 등의 명목으로 축소되면서 CDC는 점차 잉여차가 되어갔습니다. 90년대 액압디젤동차 퇴역에 맞춰서 이걸 어쩌나 하다가 나온게 바다열차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게 꽤 그럴싸한 모델이 되었던지, 이후 차량의 리뉴얼 차원에서 RDC로 개조해 등급을 끌어올리는 그런 개조를 했었고 말입니다.
사실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공사화 이후의 관광열차 개조는 사실 관광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자 한 것 보다, 저렇게 경영개선을 위한 차량의 유효활용을 모색하다 나온게 많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기념으로 남북철도연결 기념용으로 기획되다 망한 응원열차 사업이 해랑으로 이어진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택이고, 바다열차도 그 케이스라 할겁니다. 지금 E-트레인이 된 레이디버그, 그리고 그 이전의 TLX역시 존재가 공중에 붕 떠버린 무궁화 특실객차의 유효활용이었고. 유휴 내지는 저운임으로 굴리는 차들을 좀 더 비싸게, 그리고 수익창출이 되도록 굴리고자 하는 결과로서 저런 차들이 나왔고, 그게 나름의 반향을 얻은 결과가 지금에 이른다 할겁니다.
그러다보니 차량의 수급 자체는 이미 나와있어서, 거기다 개조를 통해 해당 서비스를 “선진화” 하는게 더 이득이라서 차량 신조에 비해서 상당히 염가에 또 적극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할 수 있던 거였다 할겁니다. 여기에 좀 흑역사긴 하지만, 지금에 비해서 차량의 기술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던 시절이다 보니 행정절차나 기술검토를 설렁설렁 넘어갈 수 있어서, 큰 창문에 횡방향 좌석이라는 좀 말이 나옴직한 배치라던가 개실 공간이라던가 같은 부분을 별다른 터치 없이 넣을 수 있었다 생각이 됩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의 차량은 이런저런 난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할겁니다. 일단 차량 가격 자체가 많이 오른데다, 차량도입에 드는 기간도 기술검토나 행정절차도 많이 복잡화되었습니다. 또, 2007년 당시와 지금은 철도의 경영환경도 많이 달라졌는데, 당시엔 시설 개량이나 차량의 도입관리체계나 운영의 고도화가 미비하던 시절이고, 영업체계도 바뀌는 와중이다 보니 이래저래 차량이 애매하게 남는 그런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 시절엔 열차를 타다보면 구내에 방치된 기관차나 화차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그게 청 시절의 유산이라 할겁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차량의 잉여를 논할 수 있는게 잘 없고, 특히 일반선 여객열차로 가면 당장에 ITX-마음 차량의 납입지연으로 인해서 그야말로 노답 수준의 차량난이 벌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통근전동차 역시 차량교체가 이래저래 지연되면서 한쪽으로는 사용기한이 도래되어 폐차발령이 나버리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신차가 늦게 들어오는 주제에 운행제한을 받아버리는 답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중이니 말입니다. 여기에 디젤여객차량으로 가면 정말로 개노답이라 할 상황인데, 디젤동차는 신조가 20년전부터 없고, 기관차 견인도 안전규제를 이유로 양단연결 운전 금지, 추진운전을 위한 개조도 제반여건상 곤란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대체차를 쓰고 싶어도 쓸 차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겠습니다.
사실 관광차의 신조는 매니아들도 그렇지만 다들 하고 싶어하는 그런게 있습니다. 개조차라는 건 아무리 열심히 잘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름철 폭염 덕에 냉방요구가 빗발쳐서 발전차+객차를 연결해서 컨셉을 와장창 깨고 냉방실을 따로 붙여야 했었던 V트레인이라던가 하는게 그런 사례라 할겁니다. 이외에 불연재 문제로 말이 많았던 해랑이라던가, 어느 열차라 특정할 수 없지만 설비 고장으로 꽤 곤욕을 치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말입니다. 뭔가 아이템이 핫하더라도, 원래부터 명확한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과, 뭔가 있던 차를 이리저리 짜맞춰서 억지로 만드는건 이래저래 맛이 다를 수 밖에 없긴 합니다.
하지만, 신조차를 만드는건 그만큼 많은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데다,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 역시 만만찮다는게 문제라 할겁니다. 가뜩이나 적자인 상황에서 이번처럼 수십억에서 백억 가까운 돈을 들여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투자부담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민감한 이슈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걸리는 부분은, 관광사업이라는건 유행을 타는지라, 열심히 차를 만들어 영업개시를 했는데, 또 영업개시를 해서 어느정도 사업을 돌려왔는데, 이 유행이 지나버려서 사업이 계획만큼 안돌아버리는 상황이 생겼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이건 노답이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코로나 즈음까지 제주도 관광이 붐이었다가 근래 비싼 운임부터 시작해 물가압력이 커지고 좀 유행이 지나가버리면서 시들해져 버리고, 대신 양양이 서핑을 기반으로 관광지로 뜨는 지금 풍토를 보면, 이 유행으로 크게 뜨고 지는 상황에 대자본을 들인 고정투자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 문제로 이른바 "관광벨트" 열차들도 욕심만큼 뻗지 못한 감이 있습니다. 투입재원의 압박이 심하다 보니 지자체 협력에 의존해야 되어서 꽤 크게 계획된 사업을 줄여서 하거나, 해외처럼 적극적인 설계의 차량을 뽑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결국 리미트 객차를 소진하는 방향으로 가버린점이라던가. 그런 제약조건 하에서 V열차같은 멋들어진 상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반대로 여름철 폭염 같은게 닥쳤을때 개조 여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보니 이래저래 아쉬운 구조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던게 있습니다.
물론 바다열차 정도쯤 되면 트렌드라 할 여지는 있고, 장래로도 어느정도 영업성은 있을 거라 생각은 됩니다만, 이게 10년 정도면 모르겠지만 차량의 수명 25년, 연장사용까지 생각해서 30년을 유지할 수 있는 트렌드라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할겁니다. 대충 30년 전, 1993~4년의 관광열차 트렌드를 생각해보면, 기억이 어렴풋하긴 하지만 94년 개시되던 교외선의 증기기관차, 대전엑스포 관광, 경주 수학여행 전세열차, 부곡하와이 같으 온천붐 같은 정도에,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정동진의 경우는 95년 작이어서 조금 타이밍이 어긋나지만 대충 그정도라 할겁니다. 이중 지금까지 붐이 남아서 오는건 정동진 정도고 말입니다. 즉, 20년 이상의 트렌드가 유지될만한 아이템을 골라서 개발해야 하고, 또 그 설계를 큰 개조 없이 유지할 수 있어야 할건데 이게 정말 난감한 포인트라 할겁니다.
물론 신조차 기반으로, 뭔가 깔끔한 설비를 투입해서 프리미엄 정책으로 가는 것의 메리트는 단순히 금전적인게 아니라 비금전적 가치, 기업 이미지나 여객 사업 전반에 걸친 여객 판촉효과, 또 해당 지역으로 가는 이용객이나 지역내 이용객의 증가라는 점을 보면 단순히 관광열차 단독의 수익성만으로 재단하는게 불합리한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이런 무형적이고 비금전적인 부분을 위해서 현실의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이래저래 신중할 수 밖에 없고, 또 한국 지방자치 분위기상 이런 관광사업의 희소가치를 유지하는게 굉장히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래저래 어렵게 받을 수 밖에 없달까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