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구토부는 젊은 조직인가 봅니다. 요즘 MZ진상들의 전형, "내가 옳으니까 그냥 알아서 꿇으라" 식으로 계속 트집잡기를 하는 거 보니 말입니다.
저런 km당 단가 이야기를 하면 꼭 자기들이 유리한 지표를 들고와서 약을 파는게 보통입니다. 뭐 이건 사람의 본성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좀 약을 팔려면 논파가 좀 어려울 정도로 논리보강을 하고 들고오는게 예의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선로km를 들고왔을까 생각해보면 뻔합니다. 상식적으로 시설 유지보수는 선로km보다 열차km나 차량km(연결량수까지 감안한 숫자)에 더 영향을 받는게 상식이라 할겁니다. 더 직접적으로는 이른바 통과톤수라 불리는, 통과한 열차의 총중량(철도차량 자중의 합+여객 및 화물의 중량)에 누적km를 곱한 값이 더 정확한 값이 되기는 할겁니다. 실제 이걸 근거로 유럽에선 화물의 선로접근료를 할증한다거나 하는 시스템이 종종 있기도 하고. 문제는 이 값을 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그 근사값으로서 열차km나 차량km를 활용하는게 설명력이 더 좋을겁니다.
물론, 이 지표를 안쓰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유럽에서 한국만큼 조밀하게 열차를 때려박는 구간이 그렇게 흔한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도시 근교에서는 유럽에서도 2분시격으로 열차를 쪼아넣는데가 없는 건 아니긴 할겁니다. 스위스 ITF의 운용에서 복선이나 복복선을 최대한 땡겨써서 열차를 집결시키는 짓을 종종 한다고 이야기를 하니, 일시적으로 3점사 쏘듯이 열차를 우겨넣는 시각표가 나오는 건 있을겁니다. 하지만, 한국만큼 조밀한 운영을 하는 곳이 그리 흔하진 않을겁니다.
여기에 잊으면 안되는건, 유럽은 이미 철도의 과잉을 겪고, 그걸 장기간에 걸쳐 정리하는 과정에 있는 나라라는 점입니다. 물론 영국처럼 "도끼질"을 꽤 열심히 한 나라들도 있고, 프랑스처럼 시설은 방치상태에 열차만 크게 줄여놓은 그런 나라들도 있지만, 유럽 각국의 철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선로 인프라에 여유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권에 2~3복선이 터미널역까지 들어가고, 그런 터미널역이 주요 도시에 복수 존재하는 게 보통이며, 이런 역들의 구내가 2~3km에 걸쳐 있거나 아니면 도시에 조차장이 여럿 존재하는 건 유럽 철도의 전형적인 풍경입니다. 즉, 선로km의 모수가 굉장히 크고, 그 사용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로 치면 철도km의 6~7할 정도는 우리나라의 태백선이나 경전선 정도의 배차간격을 가지면서, 그중 절반 정도쯤은 비전화 복선이 또 깔려있는 그런 풍경을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유지보수의 소요량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고, 그게 선로km로 계산한 단가로 뽑아보면 꽤나 효율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겁니다.
여기에 1인당 작업시간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이걸로 어느정도 설명이 될건데, 전통적으로 일제때 이래로 한국철도의 작업시간, 이른바 열차간합은 3시간 30분 정도를 표준으로 해 왔던 전력이 있습니다. 이후에 조금 더 개선이 되어서 4시간 반을 확보하고, 근래에는 주간 작업시간도 어느정도 설정하는 추세기는 합니다마는, 그만큼 열차를 조금이라도 더 투입하기 위해서 작업시간을 최대한 옭아매는 풍토는 아직도 좀 남아있다 할겁니다. 이거때문에 유지보수가 더 힘을 받아야 한단 이야기를 하지만, 당장에 열차운행시간 1시간을 날리면 돈만 주는게 아니라, 열차 공급량이 줄어서 좌석구하기가 어렵다 막차가 너무 빠르다 같은 불만이 속출하니 이것도 막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겁니다. 과거 부산발 막차 늦춘걸 치적으로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이 있던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이외에 집중보수작업으로 몇일 동안 운휴를 걸어놓고 1~2역간을 싹 갱신공사를 하는 식으로 보수 소요를 줄인다거나, 기계화율을 꽤 끌어올려 두고 있다던가 하는 점도 차이라면 차이일거고, 노무관리에서도 유휴시간에 출근해서 대기하라는 식의 근태관리를 빡시게 하지 않는 다는 점 같은 문화적 차이도 있을겁니다. 뭐, 유지보수의 규정 완화나 업데이트 등에 매우 보수적이라는 점 같은 것들도 그런 배경에서 나오는건데, 사고가 나면 장관부터 시작해서 내리갈굼을 하고 책임은 전부 밑으로 내리는게 보통인 판에 누가 확신을 가지고 제도를 개선하고 할지 의문이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라는 건 단순히 근무를 해태하는게 아니라, 저런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위임도 하지 않으면서 뭉개는데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이면 거진 다 아는 이야기고, 지금처럼 유지보수 예산을 통제하고, 업무에 대한 규정은 전부 외부에서 관리하는, 일과 권한이 따로노는 상황에서는 아마 나아질 가망이 없긴 할겁니다.
아마, 이걸 철도공단이 가져가더라도 결국 국가예산에 묶이고, 열차운행안전이 엮이는 현 상태에서는 보수성이 나아질 가망은 거의 없을겁니다. 그러다 사고나면 인명으로 장난질을 했단 소리가 바로 가서 꽃힐거고, 주무부처는 내 책임이 아니라는데 손모가지를 걸고 모조리 일선에 책임전가를 하며 인육사냥 판을 벌일테니, 결국 하던대로 왜 안했냐로 회귀하게 될겁니다. 은폐체질이 나오는 배경이 바로 그거지만 누구도 그 이야기는 못하고 아무튼 너그들이 방만함™으로 귀결되는게 그래서고.
좀 다른 채널로 들은 이야기지만, 이번에 철산법 개정 관련해서 철도공사 구간에서는 공사가, 그 외의 구간에서는 철도사업자가 한다라는 조항으로 개정해 넣자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이걸 구지 시행령으로 낮춰넣겠다고 해서 개정이 무산이 되었단 이야기가 있습니다. 즉, 철산법 개정으로 유지보수를 운영구간에 맞게 따라가게 하자는 것은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 실제로는 사업을 떼어가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흑심이 만만한게 지금의 정부라 할 수 있을겁니다. 시행령으로 법률을 뭉개는 짓을 몇번 해놓고서 이걸 들고왔다는데서 뭐 니들이 어쩔건데 마인드가 빤히 보이고 말입니다.